5월 경상수지가 10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흑자다. 흑자 규모는 5월 기준 역대 세 번째다. 하지만 동시에 미국 관세 영향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상품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양상이 나타났고, 주요국 수출도 위축됐다. 한은은 하반기부터 관세 영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5월 경상수지 101억4000만弗 흑자… 5월 기준 3위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5월 경상수지는 10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5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서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 2020년 5월~2022년 7월(27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긴 흑자 기록이다. 흑자 폭은 5월 기준으로 2021년(+113억1000만달러)과 2016년(104억9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컸다.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5월 상품수지 흑자는 106억6000만달러로 집계되면서 전월(89억9000만달러)보다 16억7000만달러 확대됐다. 1년 전(+88억2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8억4000만달러 많다. 상품수지는 2023년 4월(+6억6000만달러)부터 26개월째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569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4개월 만에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통관 기준)은 20.6% 늘었지만 석유제품(-20.0%), 철강제품(-9.6%) 등 품목이 줄줄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역별로는 동남아(8.2%)와 유럽연합(EU·4.0%)을 뺀 나머지 시장에서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수입은 원자재(-13.7%)를 중심으로 7.2% 줄어든 46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한은은 아직까지는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불황형 흑자는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내수 경기 부진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흑자가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현재의 수출과 수입의 감소는 우리나라의 대내적 영향보다는 대외적인 통상 환경과 유가 하락 등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서 불황형 흑자로 보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도움을 줬다. 5월 본원소득수지는 21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월(-1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대폭 확대됐다. 4월에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금 지급으로 배당소득수지가 큰 폭 감소했는데, 5월에는 그 효과가 사라지면서 흑자 전환했다.

◇ 한은 “美 관세효과 하반기부터 본격화"

한은은 미국의 관세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각각 25%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철강 수출을 보면 이런 추세가 두드러진다. 상반기 수출(통관기준)을 보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전체 철강 수출은 3.2% 감소했다. 특히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은 16.4%, 대미 철강 수출은 4.3% 줄었다.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이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5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송 부장은 “아직까지는 관세 인상분이 판매가격에 전가가 되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가격 전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맞춰 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 국내 생산이 줄어들 수 있어 관세 대상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하반기에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도 한은이 제시했던 상반기 경상흑자 전망치인 378억달러는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 1~5월 누적 경상흑자는 351억1000만달러로, 목표치의 92.9%를 달성한 상태다. 이달 초 발표된 무역수지가 91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경상흑자 실적은 400억달러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이지만, 무역수지는 수입액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돼 상품수지보다 흑자 폭이 더 작다.

송 부장은 “상반기 실적이 한은의 전망보다 괜찮아서 400억달러 후반에 가까운 경상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에는 수출이 둔화되겠지만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감소폭도 커져서 상당규모의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7월 9일 종료되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조치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