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실장(왼쪽부터)과 양은영 코트라 실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양주영 산업연구원 실장,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장성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한미 관세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전 세계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이후, 한국 정부가 주최한 첫 공개 행사다.

이날 공청회장은 기업인, 변호사, 기자, 방청객 등으로 자리가 가득 찼다. 업종별 관세 부과로 피해를 본 철강, 자동차 업계는 물론, 협상 테이블에 오른 농업·에너지 분야의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의견을 쏟아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미국에 기본관세(10%), 상호관세(15%), 업종별 관세 철폐(자동차 25%, 철강·알루미늄 50%)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4일 한미 재무·통상 당국 간 협의로 협상 틀이 마련됐고, 지금까지 세 차례 기술협의를 진행했다. 지난주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는 통상조약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검토 ▲공청회 개최 ▲조약 체결 계획 수립 ▲국회 보고 ▲협상 개시 순으로 이뤄지는 공식 절차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 자리에서 한미 통상협상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활동가 등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앞에서 한미 관세조치 공청회 대응행동을 하고 있다./뉴스1

김영귀 KIEP 무역협정팀 선임연구위원은 “한미가 통상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기존보다 0.3%에서 0.4%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만 합의에 이를 경우, 실패했을 경우보다 0.427%포인트(p)~0.751%p 높은 수준으로, 기존 실질 GDP를 웃돌 것”이라면서도 “해당 시나리오는 한국만 관세 조치가 완화되는 상황을 가정해 과대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실성이 낮은 시나리오를 왜 채택했느냐”, “어떤 가정을 기준으로 분석했느냐” 등의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세부적인 기준이나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업계에서는 각자의 피해 사례와 함께 정부의 협상 방향에 대한 질문과 우려도 쏟아졌다.

서진교 GS&J인스티튜트 원장은 “농업은 이미 적자를 보고 있고, 트럼프 논리대로면 우리가 미국산에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농축산물 개방 요구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고려인삼협회 관계자도 “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 때마다 피해를 입었다”며 “농업은 별도로 품목별 관세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미국이 농축산물과 서비스 분야에서 매년 흑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매 협의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면서 “우리 농업의 민감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협의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자동차, 철강, 에너지 업계도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관계자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폭이 커서, 완성차뿐 아니라 2만 개 부품업체들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협상 목표와 자동차 산업 생태계 강화 방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철강협회는 미국과 주요국과의 철강 관련 협상 진행 상황에 물었고, 에너지 업계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해 질의했다.

장 국장은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자동차 산업 피해 방안과 관련해 “알래스카 LNG는 경제적 타당성과 미국 내 동향을 파악하고 있으며, 자동차 분야는 관련 부서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다른국가의 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상을 할 때, 최대한의 정보를 동원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답변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의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미연 진보당 정책국장은 “한미 통상협상은 국민의 민생경제와 직결된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망 사용료, 구글 정밀지도 반출, 공공 클라우드 문제 등 비관세 영역은 어느 수준까지 논의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 국장은 “협상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내용을 공개할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국익 보호를 위해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미 협상에서 단순한 관세 인하가 아닌 실질적 성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미국 시장은 단순한 수출처를 넘어 고부가 산업의 테스트베드이자 글로벌 기술 표준의 출발점”이라면서 “반도체, AI, 배터리, 방산 등 전략 산업의 가치사슬 중심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인 관세 유예를 넘어 공급망 공동 구축, 에너지·핵심광물·방산 협력, 산업별 맞춤형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