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지출 확대로 재정수지 적자가 악화하면서 기존에 세웠던 ‘재정준칙’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재정준칙 모델 수립에 나선다. 우선 국회 사무처와 협업해 공청회를 열어 재정준칙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재정준칙 모델을 세우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생각이다.
29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와 함께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공청회 개최를 준비 중이다. 재정준칙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수지나 국가부채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 관리하는 규범을 말한다.
최근 추경 발표 브리핑에서 임기근 기재부 제2차관이 재정준칙 계속 추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재정준칙의 실현가능성과 수용성 등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답하면서 일각에선 기재부가 사실상 재정준칙 법제화를 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기재부가 국회에 보고한 추경안 부속 문서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 운용의 기본 원칙인 재정준칙 법제화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표현이 사라진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결정 자체를 철회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법제화하려던 재정준칙을 현재 준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재정준칙 모델을 만드는 게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가 설정한 재정준칙의 핵심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2차 추경으로 인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율은 4.2%로 확대됐다. ‘재정준칙’에서 정한 상한선인 ‘3%’를 초과한다.
이와 관련, 임기근 차관은 “지금 여건에서 현실적으로 재정준칙에서 규정하는 ‘3% 적자율’을 지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이를 경직적으로 준수하는 건 오히려 경제와 재정 운용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설정한 재정준칙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부로선 경제 여건과 재정 상황을 고려한 현실성 있는 재정준칙을 만드는 게 숙제가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목표로 준칙을 만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너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면 준칙의 의미가 없게 된다”라면서 “이러한 제반 요소를 고려한 재정준칙 모델을 세우고,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기재부 내부에선 이런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려면 리더십을 발휘할 장관 취임이 필요조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대국민 홍보와 함께 국회 설득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라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업무를 지휘할 리더십이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국회 공청회 일정 등도 기재부 장관 취임과 함께 22대 국회 하반기 기획재정위원회 구성 등이 마친 뒤에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기재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