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마련, 올해 세법개정안과 내년도 예산안 수립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후보자는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정부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워 줄곧 기재부 장관 후보로 거론돼 왔다.

구 후보자가 기재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기재부에 쌓여 있는 주요 과제들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가 맡게 될 첫 번째 과제는 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수립이다. 통상 6월 말 발표되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경제부총리 임명 지연으로 인해 7~8월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번에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형 형태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는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경제를 개선할 방안이 우선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는 올해 0%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정부가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경기 회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구 후보자 역시 경제수장을 맡게될 경우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민생경제 회복을 꼽았다. 그는 29일 기재부 장관 임명 직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적된 고물가로 민생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생활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선 구 후보자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엔진 마련에도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는 AI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에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AI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청문회를 통과하는 즉시 AI 관련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내건 ‘3%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 전 부처 차원의 총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역시 국정기획위원회에 ‘저출생·고령화, 총요소생산성 하락 문제의 해법을 AI를 통해 찾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진짜 성장을 위한 경제 대혁신을 추진하겠다”며 “AI 등 신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모든 국민이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이 선순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구 후보자는 또 세법개정안의 구체적인 윤곽을 조속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 제출 전까지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모든 절차를 마치기 위해 기재부는 늦어도 8월 초까지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발표해야 한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주도하는 한편,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새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재정준칙 법제화 재검토’ 방침을 밝힌 만큼, 이 회의에서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를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구 후보자는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와 금융 정책 부서 통합 등 조직 개편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에 나뉘어 있는 금융 정책 기능도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