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열풍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금융투자 잔액이 16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전체 금융자산 잔액에서 대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46%에 육박하며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4년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의 대외금융자산(자국민의 해외투자) 잔액은 2조970억달러로 작년 말보다 1724억달러 증가했다. 국제 관례에 따라 준비자산을 제외한 수치다.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플로어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조선DB

투자지역별로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9626억달러(증권투자 6304억달러, 직접투자 2389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체 투자잔액에서 대미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5.9%로, 2023년(42.1%)에 이어 2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가 폭도 신기록을 썼다. 대미 투자는 전년 대비 1581억달러 늘었는데,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럽연합(EU)과 동남아에 대한 투자가 각각 2495억달러(11.9%)를 차지하면서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EU 투자는 31억달러 줄었고 동남아 투자는 15억달러 늘었다. EU는 증권투자(1247억달러)가, 동남아는 직접투자(1553억달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남미 투자 잔액은 1430억달러(6.8%), 중국 투자 잔액이 1386억달러(6.6%)로 집계됐다. 중남미 투자 잔액은 25억달러 줄었고, 중국 투자 잔액은 4억달러 늘었다. 특히 중국 투자 비중은 미중 갈등과 중국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3년 연속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본 투자잔액은 567억달러(2.7%), 중동은 257억달러(1.2%)를 차지했다.

박성곤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지난해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기타 통화가 대부분 달러 대비 약세로 흘렀다”면서 “이에 미국 달러로 표시한 기타통화 자산들이 거의 다 손실을 보이면서 EU와 중남미 등 지역에서는 전년대비 투자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지난해 말 1조4105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1290억달러 줄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규모를 지역별로 보면 동남아가 3280억달러(23.3%)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3191억달러(22.6%), EU가 2317억달러(16.4%) 등 순이었다. 동남아의 투자규모가 1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감액을 보면 모든 지역에서 대외금융부채가 줄었다. 미국의 투자규모는 624억달러 줄면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EU 156억달러, 중동 133억달러, 일본 112억달러, 중국 75억달러, 동남아 15억달러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