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의 마지막 탄광 폐쇄를 앞두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연탄 소비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데, 기존 연탄 이용 가구 중 상당수가 정부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전환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대한석탄공사 삼척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공공 부문에서의 석탄 생산은 완전히 종료된다.
현재 정부의 석탄 비축량은 97만 톤, 석탄공사 비축량은 133만 톤이다. 지난해 연탄 소비량(34만 톤)을 고려할 때 이는 약 7~8년 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민영 탄광인 경동그룹 운영 탄광이 하나 남아 있으나, 수익성 악화, 인력 고령화, 환경 문제로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탄 사용자 수를 줄이고 가스나 전기 등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연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사용과 보관, 처리 등이 불편하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연탄 사용자 대부분이 덥고 추운 날씨에 가장 취약한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기후 대응과 복지를 위해서라도 에너지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기나 가스로 전환할 경우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거나 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연탄을 고수하는 가구가 적지 않다.
현재 에너지 요금 지원은 ‘연탄쿠폰’과 ‘에너지바우처’ 방식으로 나뉜다. 연탄쿠폰은 200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족 등에게 가구당 연 54만 6000원을 일괄 지급한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지원받은 가구는 4만 1562가구에 달했다.
에너지바우처는 전기, 도시가스,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연탄 등 다양한 연료 구입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질환자 등이 포함된 가구만 대상이어서, 연탄쿠폰보다 지원 대상이 적다.
특히 연탄쿠폰은 가구 단위 고정 금액인 반면, 에너지바우처는 가구원 수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는 차이가 있다. 3인 이하 가구는 연탄쿠폰보다 에너지바우처 지원금(29만~53만원)의 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다.
산업부는 연탄쿠폰을 에너지바우처로 통합하는 것이 당장은 어렵다고 보고 중장기 과제로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탄쿠폰 대상이지만 에너지바우처 대상이 아닌 가구도 있고, 전환 시 오히려 지원이 줄어들어 자가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단기간에 일괄 통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의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제도 내 보완 가능한 부분은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바우처 사용 시기를 동절기과 하기로 나누지 않고,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분을 없앴다. 산업부는 향후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넓히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다른 복지 제도들은 차상위계층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너지바우처는 그렇지 않다”며, “차상위계층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