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빗썸과 LIG가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상태로 올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지정됐고, 글로벌세아는 지주회사를 신설했다. 지주회사 제도가 대기업집단 절반 이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총 2451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일반지주회사 소속 기업형 벤처캐피털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총 177개로, 전년(174개)보다 3개 증가했다. 2017년 자산 요건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된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지주회사 수는 2021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며 완만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 92곳 중 절반 이상인 50곳(54.3%)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SK,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S, 농협, 신세계, CJ 등 주요 대기업집단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가운데 46개 집단은 전체 소속회사 자산의 절반 이상이 지주회사 체제에 속한 ‘전환집단’에 해당한다.

지주회사 보유 대기업집단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지주회사에 소속된 자·손자·증손회사는 총 2462개에 달하고, 지주회사 1곳당 평균 14개 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부채비율은 43.7%로, 공정거래법상 한도인 200%를 크게 밑돌았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도 각각 73.2%, 85.2%로, 상장·비상장 모두 법적 의무지분율(상장 30%, 비상장 50%)을 충족하고 있다.

지주회사 내 벤처투자를 가능하게 한 CVC 제도도 확대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원칙적으로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하지만, 2022년부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100% 출자 방식으로 CVC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CVC를 보유한 일반지주 전환집단은 10곳, 이들이 운영하는 CVC는 총 14개사로 집계됐다. 14개사 중 11개는 제도 도입 이후 새롭게 설립·등록된 곳이다.

이들 중 12개 CVC는 총 71개의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27개 조합은 지주회사 체제 편입 이후 신설됐다. 지난해 설립된 신규 조합은 10개이며, 총 약정 금액은 3330억원에 달했다. 이 중 79.1%는 지주회사 내부자금으로 조성됐다.

CVC 14개사 중 13개사는 지난해 총 121개 기업에 245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1764억원)보다 38.9% 증가한 규모다. 투자 건당 평균 금액도 13억2000만원에서 16억6000만원으로 25.8% 증가했다. 해외투자는 3개 CVC가 114억원을 투자해 전체 신규투자의 8.9%를 차지했다.

특히, 업력 3년 이하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전년 9.8%(172억원)에서 지난해 11.1%(271억원)로 늘어나며 CVC가 모험자본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 결제 등 ICT 서비스 분야가 19.5%로 가장 많았고, 바이오·의료(17.0%), 기타 분야(15.5%)가 뒤를 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및 CVC 제도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이나 지배력 우회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엄정한 법 집행을 지속하겠다”며 “지주회사의 소유·출자 구조, 내부거래 현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