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하반기 들어 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간 전체 수출이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대비 3.8% 줄어든 3355억달러, 수입은 2.1% 감소한 3132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대부분의 주력 품목에서 미국발 관세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수출은 6685억달러로,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협은 당초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에서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1.8% 증가한 69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수출 전망을 ‘증가’에서 ‘감소’로 바꾼 것이다.
올해 수입은 작년보다 1.8% 줄어든 6202억달러로 예상했다. 무역수지는 작년보다 다소 축소된 483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품목별로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상반기 수출이 727억달러로 작년보다 10.6% 늘어나는 반면 하반기 수출은 작년보다 5.1% 감소하면서 연간 기준으로는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고성능 AI 반도체의 수요는 유지되겠지만, PC·스마트폰 등 범용 IT 기기 수요가 한풀 꺾이고 D램 등 메모리 단가가 정체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효자’ 자동차 역시 전기차 캐즘(chasm·수요 둔화) 장기화와 해외 생산·조달 비중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수출이 작년보다 2.4%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는 7.1% 줄어들 전망이다. 연간 수출은 4.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수출의 경우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과 유럽연합(EU)·인도를 중심으로 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 강화로 수출 부진이 확대하며 상반기 4.8% 감소에 이어 하반기도 7.2% 감소할 전망이다. 연간 수출은 6.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석유제품 수출이 하반기 19.2% 감소해 연간으로는 19.5% 줄어드는 등 석유화학(하반기 -4.1%·연간 -7.6%), 일반기계(-3.8%·-6.0%), 등 13대 주력 품목 중 9개 품목의 하반기 수출 감소가 점쳐졌다.
다만, 디스플레이(6.5%·-2.2%) 수출은 아이폰 17시리즈 전 모델의 국내 기업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패널 채택 등으로 일부 업황이 회복되면서 하반기 호조세를 보이며 회복되겠고, 선박(0.9%·7.9%) 수출은 고가 수주 선박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난 9∼11일 무협이 실시한 수출 기업 대상 설문에서 64.8%는 미국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부품(83.7%), 철강·금속·광물(82.9%) 등의 업종이 큰 피해를 호소했다. 자동차·부품 기업의 경우 수출기업이 관세 전액을 부담하는 사례가 37.2%에 달했고, 철강·금속·광물은 계약 지연 및 취소 사례가 24.4%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