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5년 국정과제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국정기획위)가 세 개 부처의 업무보고에 대해 “새 정부 공약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하며 향후 재보고를 받기로 했다. 지난 18일 업무보고를 시작한 국정기획위가 업무보고를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권 당시 야권과 팽팽하게 대립했던 기관들 중심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이 19일 오전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업무보고 내용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국정기획위는 부처 업무보고 사흘째인 20일 검찰청과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중단하고 추후 재보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부처가 새 정부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고 판단했다.

먼저 국정기획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과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검찰청에 업무보고를 진행했으나 시작 30분여만에 보고를 중단시켰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검찰청 업무보고와 관련해 “검찰 핵심 공약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미흡했다. 통상적인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검찰 업무보고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 대변인은 “수사·기소 분리, 기소권 남용 폐해 등은 어떻게 할지 공약이 있는데 실제 업무보고 내용들은 검찰이 갖고 있는 현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국정기획위에 보완 자료를 제출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조 대변인은 “핵심적인 보고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핵심적인 알맹이가 다 빠졌다”고 꼬집었다.

방통위 업무보고 역시 공약 이행 계획 미흡 등을 이유로 시작 1시간 30여 분 만에 중단했다. 조 대변인은 “방통위 업무보고도 공약 이행 계획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 같다”며 “토론 과정에서 지적이 있었을 것이고 지적 정도에 따라 보완해 보고를 받든지 해당 분과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보고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정기획위원들은 방통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홍창남 국정기획위 사회 2분과장은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끼친 해악은 내란 못지않다”며 “지난 3년간 방통위가 보여준 정권 편향적 행태를 오늘 이 자리에서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한 마디로 윤석열 정권은 언론 공공성과 공적 가치를 철저하게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통위는 김태규 부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돼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직무정지가 될 정도로 야당과 대립해 온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무회의에서도 ‘3대 특검’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방통위를 포함한 미디어 관련 부처의 조직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날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오후엔 보고자료 유출로 해수부의 업무보고가 중단됐다. 조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해수부의 설명·태도가 불명확하고 해서 더는 보고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분과장이 보고 중단을 요청했다”고 했다. 또 “이날 검찰청 업무보고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핵심 공약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대통령 공약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바탕해서 이를 이행할 방안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정기획위는 검찰청과 해수부 업무보고는 오는 25일, 방통위 업무보고는 오는 26일 다시 받을 예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6일 공식 출범해 지난 18일부터 부쳐별로 새 정부 정책방향을 반영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8월 중순까지 2개월 간 새 정부 국정과제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