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과 3월, 5월에 이은 4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달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으로 쏠린다. 현재로서는 지난달에 단행된 금리 인하의 효과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지켜보며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연준, 기준금리 연 4.25~4.50%로 4연속 동결

연준은 17~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렸던 1월 FOMC부터 이어진 4회 연속 동결로,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와의 금리차는 2.00%포인트(상단 기준, 한국 2.50%)가 됐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연준은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높은 상태로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불확실성이 4월 정점을 찍고 이후 완화됐다”면서도 “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아직은 더 관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각은 이날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요약(SEP)에도 반영됐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4%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전망치(1.7%)보다 0.3%포인트(p) 낮춘 것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올해 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또한 3개월 전보다 0.3%p 높다.

다만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은 완화됐다. 이번 성명서에서는 전달에 포함된 “더 높은 실업과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리스크를 판단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최근 몇 달간 실업률이 4.2%에 머물고,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를 보인 것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올해 두 번 금리를 내린다는 전망도 유지했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올해 말 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875%로 3개월 전과 같았다. 2026년 전망치는 중간값이 3.375%에서 3.625%로 상향 조정됐고, 2027년 전망치도 3.125%에서 3.375%로 올랐다.

◇ 한미 금리차 ‘역대최대’… 한은 숨고르기 나설듯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인하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당시 금통위 직후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7월에 금리 인하를 한 차례 더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연준의 결정으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졌다.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2.00%p로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지난 12일 이창용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6000억원 늘면서 전월(4조8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커졌다. 올해 2월에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됐다 확대 재지정되는 과정에 주택거래량이 증가했고, 최근에는 주택매매심리도 반등하면서 과열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경기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공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1.5%에서 0.8%로 대폭 낮춘 바 있다. 내년 성장률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과 내수가 모두 둔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도 증가해 다음 달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확장재정에 나설 경우 원론적으로는 금리인하로 보조를 맞추는 게 경기 부양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므로 8월에는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결정에 나설 방침이다. 한은은 이날 박종우 부총재보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부총재보는 “최근 이란-이스라엘 군사적 충돌과 확전 우려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만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여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