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 소속 본부장(이미지 속 'D')의 리베이트 수취 구조. /감사원 제공.

5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본부장급 간부가 투자 대가로 억대 뒷돈을 받고, 실질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차명 법인에 투자를 추진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이모 본부장은 2019년 공제회가 스페인 물류센터에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후, 현지 브로커로부터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20만유로(당시 환율 기준 한화로 2억6000만원)를 수취했다.

이 본부장은 차명 설립한 법인을 통해 돈을 받았고, 법인은 이 본부장의 처남과 미술품 거래를 하는 형태로 돈을 넘겼다. 처남은 이 본부장의 아내에게 다시 이 돈을 보냈다. 미술품 거래를 위장한 일종의 돈세탁이었다. “계약서상 거래 대상 그림은 이미 이 본부장의 집에 있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차명 법인이 공제회 자금으로 만든 펀드를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해당 업체를 2022년 금융감독원에 펀드 업무집행사원(GP)로 등록했다.

이 과정에서 공제회 이사장 명의 출자확인서를 허위 발급하기도 했다. 부하직원을 시켜 출자확인서에 공제회의 법인 인감을 부정으로 사용했고, 이 출자확인서를 금감원에 제출해 GP로 등록이 됐다.

이 업체 대표는 이 본부장의 지인이었고, 이 본부장의 아내도 직원으로 근무했다. 이 본부장의 아내는 해당 업체에 취업한 후 연간 40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에는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경남 우드펠릿(압축 나무 연료) 생산업체에 공제회 자금을 투입하려 했으나,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투자 검토는 중단됐다.

이 본부장은 ‘자산운용 담당 직원은 주식거래를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도 어겼다.

이 본부장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내부정보를 활용해 공제회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비상장 주식을 배우자와 아들딸, 모친 명의로 사들이기도 했다.

이 본부장이 자신과 가족 계좌를 동원해 거래한 주식은 최소 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 본부장을 파면하라고 건설공제회 이사장에게 요구했다. 또 검찰에도 이 본부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A 씨는 공제회에서 수년간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며 “감사기간 중에는 우드팰릿 사업 투자 검토와 관련해선 ‘공제회가 실제로 투자를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태도를 보이며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짓 진술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 여건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정한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데도, 공제부금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이용해 비위 정도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공제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령 및 규정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