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작년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금리인하가 시장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물가,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5년 3월)’에서 작년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실시된 기준금리 인하(총 75bp, 1bp=0.01%포인트)가 우리나라의 성장과 물가, 가계부채,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성장률·장단기 금리 전망 및 추이. /한국은행 제공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를 낮춰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 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단기금리도 상당폭 조정됐다.

소비심리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주체의 심리를 개선해 실물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한은은 비상계엄 등 여파로 소비심리가 단기적으로 위축된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가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심리 개선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작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 국면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국면에서는 금리인하의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영향이 완화 국면보다 축소되는 효과가 있어서다.

다만 한은은 최근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 완화와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등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등 추가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및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금리인하가 환율과 물가 흐름에 미친 영향도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환율은 작년 말 이후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 정책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금리인하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도 안정적 물가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내외금리차에 대해 환율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