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생아 특례 대출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2억원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소득 가구의 경우 금리 혜택이 적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2년 내 출생(단, 2023년 1월 1일 이후)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자 중 연소득이 정부가 정한 기준(소득 1.3억 이하, 순자산 4.69억 이하)에 들어올 경우, 전용면적 84㎡ 이하 주택을 9억원 이하로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한 아이를 입양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자녀를 출산(입양)한 가구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확대할 예정인 신생아 특례 대출의 소득별 금리 수준을 정하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분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신생아 출산 가구의 특례대출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1억3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합산 소득이 정부가 정한 기준을 상회해 정부 대출 이용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이른바 ‘결혼 페널티’ 논란이다.
신생아 특례 대출의 금리는 소득과 대출 기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소득이 높을 수록, 대출 기간이 길 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합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일 경우 금리는 연 1.6~2.7%이지만, 8500만원 초과~1억30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2.7~3.3%다.
문제는 신설될 1억3000만원 초과~2억원 이하 소득 가구의 금리 구간이다. 현재 특정 소득 구간의 신생아 특례 대출의 금리는 주로 이전 소득 구간의 최고 금리부터 시작하는 구조로 돼 있다. 예를 들어 부부합산 소득 1억~1.3억원인 사람의 10년 만기 대출 금리(3.00%)가 앞 구간인 8500만~1억원인 사람의 최고 금리(30년 만기·3.00%)와 같다. 그리고 기한이 10년→15년→20년→30년으로 한 구간씩 오를 때마다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씩 오른다.
이 기준을 대입하면 1억3000만원 이상 소득 가구는 10년 납이 연 3.3%, 15년 납이 연 3.4%, 20년 납이 3.5%, 30년 납이 3.6%로 설정된다. 소득 수준 최대폭이 3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억3000만원~2억원 구간을 2단계로 분할하면 2억원 소득 가구의 30년 납 금리는 최대 4%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이렇게 결정된다면 최근 상황에 비춰볼 때 고소득 가구 입장에서는 ‘특례’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최근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와 국토부에선 금리 테이블을 전체적으로 내리거나, 구간별 격차를 소폭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기존 대출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기존 구간은 손대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 대출은 저소득 출산 가구에 혜택을 주는 제도인 만큼 소득이 오를수록 금리도 오르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부부합산 소득이 2억원에 육박하는 고소득 출산 가구도 특례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각 구간의 금리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득 기준만 상향할 것이 아니라 대출 요건에 ‘임신’을 포함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혼부부의 특성상 출산을 앞두고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주거 상향’ 수요가 발생하는데, 출산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적기에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산 전 이사를 준비 중이던 한 신혼부부는 “출산 전에 아기용 방을 준비하려고 이사를 준비 중인데, 신생아 특례 대출은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라면서 “주택 청약 등에서는 임신 중인 태아를 출산한 자녀와 동등하게 대우하는데, 신생아 특례 대출은 ‘출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 요건을 임신이 아닌 출산으로만 둔 것은 유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