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3회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탄력을 받게 됐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한·미 기준금리차(현재 2%포인트)가 축소돼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여건이 조성된다. 다만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작년 9월부터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것이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도 75bp(1bp=0.01%포인트) 인하를 유지했다. 25bp씩 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연내 세 차례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 “美 연준, 예상보다 완화적… 6월 인하 가능성↑”
시장은 이날 FOMC가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1~2월 물가지수 전년 동월 대비 3%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았는데도 연준이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 폭을 50bp로 낮춰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2회로 줄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이런 평가에 힘을 보탰다. 파월 의장은 FOMC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수치가 매우 높았지만, 1~2월 물가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2%로 가는 길은 원래 울퉁불퉁하다”라고 말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이날 오전 현지 정보를 통해 “올해 금리 전망은 유지한 가운데 기자회견에서 최근 강한 물가지표에 큰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면서 정책결정문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도비시(dovish·완화적)하게 해석했다.
FOMC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74.9%로 보고 있다. 하루 전(59.2%)과 비교해 인하 확률이 10%포인트 넘게 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는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워주는 등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연준이 지난해처럼 물가 리스크에 초점을 맞춘 정책기조에서 벗어나 ‘물가-경기 간 균형’에 초점을 맞춘 정책기조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 韓銀 금리인하도 탄력… “2·3분기 중 내릴 듯”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내린다면 한국은행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었던 한·미 금리차가 현행 2%p에서 더 작아질 수 있어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완화적인 정책을 시행하면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여력도 커진다”면서 “국내 경기는 수출이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하므로, 물가가 더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면 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2분기와 3분기로 전망이 엇갈린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향후 지표를 더 봐야겠지만 현재 수준의 물가 경로가 유지된다면 4~5월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와 관련해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명확해진다면 한은도 2분기 중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윤 연구원은 “미국은 저신용채권의 만기가 도래하는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면서 “한은도 올해 부동산 구조조정의 강도를 지켜보면서 7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