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친족 범위가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총수가 각종 자료를 제출·공시해야 하는 친족 수는 약 1만명에서 5000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또 단순 투자 목적의 기업결합은 올해부터 정부 승인 절차가 간소화된다. 하도급 거래를 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하도급 대금 결제 조건에 관한 사항을 연 2회 공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5일 발간했다. 이 책자에는 36개 정부기관(부·처·청·위원회)에서 취합한 249건의 정책이 분야·시기·기관별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1997년부터 매년 2회(1·7월) 정부기관의 달라지는 주요 법·제도 등을 묶어 지자체·공공기관·도서관 등에 비치하고 있다.
◇ 동일인 친족 수 1만26명서 5059명으로 감소
정부는 대기업집단 범위를 정할 때 동일인과 그 관련자를 고려한다. 총수와 친족이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거나 동일인이 친족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를 같은 기업집단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되는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으로 규정한 제도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고,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은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을 1% 이상 소유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친족에 포함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작년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66곳의 친족 수는 1만26명인데, 새 규정을 적용하면 5059명으로 49.5% 감소한다.
단 공정위는 기존에 없던 규정을 신설해 동일인이 민법에 따라 인지한 혼인 외 출생자의 생부·생모도 친족으로 보기로 했다. 이들이 계열사 주요 주주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법상 인지는 생부나 생모가 혼인 외 출생자를 자기 자녀로 인정하는 절차다. 스스로 신고할 수도 있고, 법원 판결로 이뤄지기도 한다.
앞서 공정위는 입법예고 당시 ‘민법에 따른 친생자의 생부 또는 생모로서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를 친족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실혼 배우자’ 개념은 빼기로 했다. 사실혼 관계 여부에 대한 다툼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 5월 대기업집단 지정 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씨가 최 회장의 친족으로 인정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또 올해부터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를 원칙적으로 계열사에서 제외하고, 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때만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도 자동으로 기업집단에 편입한 뒤 사후적으로 독립경영을 신청하도록 했다. 대기업이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 편입을 7~10년간 유예받을 수 있는 요건인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올해부터는 5% 이상에서 3% 이상으로 완화됐다.
◇ 기업결합 심사 신속하게…협력사 협상력은 강화
기업결합 심사도 신속·간편해진다. 공정위에 따르면 기존에 설립된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추가 출자해 새로운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올해부터는 기관 전용 PEF 설립에 참여할 때와 마찬가지로 간이 심사를 받을 수 있다.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추정되는 간이 심사 대상은 사실 확인 절차만 거쳐 15일 이내에 신속히 승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고서 기재사항과 첨부 자료가 적고 온라인 신고가 가능한 ‘간이 신고’ 대상 기준도 정비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 설립, 기관 전용 PEF 설립 후 추가 출자, 벤처투자조합의 벤처기업 투자 등에 수반되는 임원 겸임, 사전 심사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검토 의견을 받은 경우 간이 신고를 이용할 수 있다.
이달 12일부터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하도급 거래를 할 때 하도급 대금의 지급 수단, 금액, 지급 기간 등 결제 조건을 공시해야 한다. 원사업자와 1차 협력사 간 하도급 거래 조건을 2·3차 협력사도 알 수 있도록 해 거래 조건이 열악한 하위 단계 협력사의 협상력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매년 2회 반기 말인 6월 30일, 12월 31일로부터 45일 이내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이용해 공시하면 된다.
공시 대상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 지급액을 현금(수표)·상생 결제·어음대체결제수단·어음 등 지급 수단별로 만기에 따라 구분하고, 현금이나 현금성 결제 비율도 공시해야 한다. 대금 지급일까지의 기간별 지급금액, 분쟁조정 기구 설치 여부, 담당 부서 연락처, 분쟁조정 절차, 분쟁조정 예상 소요 시간 등도 공시 대상이다. 다만 분쟁조정 기구가 구매부서 등 계약 담당 부서 내에 설치된 경우 분쟁조정 기구로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