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개발부담금 제도 개선에 나선다. 최근 재건축부담금이 완화된 가운데 택지개발과 도심 재개발을 할 때 이익의 25%까지 세금으로 징수하는 개발부담금이 축소될 수 있을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부담금이 완화될 경우 사업성이 높아져 공급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국민주거안정 실현 방안’의 첫 후속 조치로 재건축부담금 완화 카드를 꺼냈다.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취지다. 개발부담금이 완화될 경우 원 장관이 발표한 ‘270만호 주택 공급’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7일 ‘개발부담금 제도의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는 개발부담금 제도의 규제 개선과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개발부담금 전반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사업 시행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의 일정액(20∼25%)에 대해 부과·징수하는 제도다.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택지개발 사업을 시행하거나 산업단지개발사업, 관광 단지 조성사업과 골프장 건설 등으로 이익을 거둘 경우 국가에 개발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개발에 따른 이익이 개인에게 돌아가 지가 상승과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개발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다. 개발부담금이 부과되는 대상사업은 특별시·광역시 또는 특별자치시의 지역 중 도시지역인 지역에서 시행하는 660㎡(199.65평) 이상, 이외 도시지역의 경우 990㎡(299.475평)인 경우 해당된다. 이익금의 일정액을 징수하는 개발부담금은 토지가 속하는 지방자치단체에 50%, 지역발전특별회계로 50% 귀속된다.
이번에 국토부가 개발부담금 제도에 칼을 대는 이유는 개발비용을 산정하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부담금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절차나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과 사례 등으로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개발부담금 부과 및 부과제외 대상 건축물의 기준을 점검하고, 부과 대상 건축물의 조정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부과 대상 건축물과 부과제외 건축물을 분석하고 분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개선뿐만 아니라 개발부담금 회피 사례나 면탈 방지 방안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개발부담금 산정이나 검증을 강화하는 방법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부담금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방안보다는 불필요한 부분을 부담 완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부담금을 낮추기 전에는 지자체 의견 수렴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세금 제도 개편과 규제 완화를 약속한 뒤 재건축부담금이 축소된 만큼 개발부담금도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에 부과하는 재건축부담금을 평균 절반 이상으로 줄였다. 국토부가 지난달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에는 재건축부담금 면제 기준을 종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도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수요와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징벌적 부동산 세제 대출 규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며 “생애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80%까지 완화해서 적용하고 규제 지역 해제 등 공급을 막아온 규제들도 정상화했다”고 했다. 지난달 국토부는 세종을 제외한 지방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며 지방 부동산에 대한 대출·세제·청약 등 광범위한 규제를 모두 풀었다.
국토부가 재건축부담금 완화에 이어 개발부담금 규제도 허들을 낮출 경우 개발사업에 나서는 사업자가 늘어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개발부담금이 줄어들면 사업성이 올라가 주택단지 조성뿐만 아니라 임야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전반적인 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일시적으로 개발부담금을 낮추고 부과율을 면제해왔던 선례가 있던 만큼 곳곳에 부과되는 개발부담금 면적을 상향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