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기획재정부가 제출했던 2022년도 예산안에서 국세 수입을 4조7000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국회를 거치며 국세 수입을 증액하는 것 자체도 이례적인데, 그 규모가 1조원을 넘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정부는 올해 부과 예정인 세금을 내년으로 분납하는 제도를 세입 증액의 원인으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요구한 지역화폐 예산 등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을 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의 총수입을 정부안 대비 4조7000억원 늘린 553조6000억원으로 확정했다. 553조6000억원은 추경 대비로 7.6%, 올해 본예산(482조6000억원) 대비로는 14.7% 늘어난 것이다. 총지출은 정부안 604조4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 증액된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607조7000억원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정부안에서 9조9000억원이 증액됐고 5조6000억원이 감액됐다.

국가채무는 정부안 대비 3조9000억원 감소한 1064조4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50.0%로 정부안(50.2%) 대비 0.2%P 개선됐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안 대비 1조5000억원 54조1000억원 적자, GDP 대비 적자 비율은 -2.5%로 정부안(-2.6%) 대비 0.1%P 개선됐다.

그래픽=이은현

◇종부세·부가가치세·법인세·종합소득세 올려 잡아

총수입에서 증가한 부분은 국세수입이다. 정부가 제출했던 국세수입은 338조6490억원이었는데, 국회를 거치며 4조7349억원 늘어난 343조3839억원이 됐다. 국세 수입이 국회를 거치며 줄면 줄었지, 늘어난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그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국세수입 343조3839억원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제시한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인 314조3000억원보다 9.25%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세정지원, 유류세 인하 등을 반영해 내년도 총수입을 4조7000억원 확대”했다며 세입 증액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요구한 각종 선심성 예산을 늘리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세입 예산 증액이라는 무리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세입을 수정할 경우, 세입에 연동되는 교부세와 교부금 등이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에 세출도 자동으로 증가한다.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 예산 등을 늘리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국회를 거치며 늘어난 국세 수입을 세목별로 보면, 종합부동산세를 당초 세입 전망치인 6조6300억원보다 7528억원 더 걷힌 7조3828억원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납세자들에게 고지된 종부세는 작년보다 2배 늘어난 8조568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분납을 통해 내년에 들어올 것이다.

부가가치세의 세입은 당초 예산안보다 1조4246억원 올려 잡은 77조4786억원으로 봤다. 법인세도 당초 세입 전망보다 1조1570억원 더 늘린 74조9380억원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주세는 3434억원 늘어난 3조7374억원, 종합소득세는 7997억원 증가한 21조5587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지난 연도의 수입으로서 현재 연도의 예산에 넣은 수입을 의미하는 과년도수입은 6조1549억원으로 1조5449억원 늘렸다.

그래픽=이은현

◇지역화폐 발행 국고 지원 확대 위해 3650억원 증액

총지출은 정부안 604조4000억원 대비 3조3000억원 증액된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607조7000억원은 전년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정부안에서 9조9000억원이 증액됐고 5조6000억원이 감액됐다. 특히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의 국고 지원 규모를 6조원에서 16조원으로 확대하기 위해 3650억원이 증액됐다. 앞서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을 2403억원 편성했었다. 최근의 장바구니 물가 고공행진을 반영해 농축수산물 20% 할인 소비쿠폰 예산을 590억원 규모로 추가했다.

그 외에 증액된 부분은 소상공인 지원책의 비중이 많았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에 4000억원이 증액됐다. 영세 소상공인의 피해를 보다 두텁게 보상하기 위해 손실보상 하한액을 분기당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관광·체육·문화, 택시·버스 등 손실보상 非대상업종에 대해 금융·인력·방역물품, 매출회복 등 맞춤형 지원에 4000억원을 늘렸다.

소상공인 저리 자금 지원 명목으로 1조2000억원이 증액됐다. 상환기간 도래, 대출한도 초과 등으로 금융절벽에 놓인 소상공인 213만명에게 35조8000억원의 융자를 낮은 금리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1인당 약 1700만원이 지원된다. 영업금지·제한·경영위기업종 소상공인 100만명 대상으로 1~1.5%의 초저금리 대출을 1000만원 한도로 총 10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일상회복 특별융자로 숙박업, 결혼·장례식장 등 인원·시설제한업종 및 여행·공연·전시업 10만명 대상 1% 대출(2000만원 한도) 2조원을 공급한다. 소상공인진흥기금의 일반융자로 저신용 특별피해업종 외 청년·신규 창업자 등 소상공인 3만명에 정책자금을 금리 연 2~3%대, 최대 1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또 신용보증 시중은행 융자로 일반업종 등 소상공인 100만명 대상 지신보 보증 21조원(2~3%대, 평균 2000만원) 보증료 0.2%P를 1년간 감면한다.

소상공인 대출./기재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관광, 체육, 문화 업계 지원에 4000억원이 증액됐다. 체육 분야에서는 110억원을 증액해 5만5000개회사의 방역용품을 지원하고, 1.6%대 융자를 500억원 규모로 추가 공급한다. 또 헬스트레이너 등 4000명 고용회복 지원 예산이 444억원 추가됐다. 대중음악·공연예술·영화관 등 보조·방역인력 6800명 채용 지원에 758억원이 증액됐고, 예식·장례식장 1000개 방역물품 지원에 264억원이 늘었다.

운송 분야에서는 법인택시, 전세·노선버스 기사 등 근로취약계층 5만명 대상 연 1.5% 금리 생활안정자금(500만원 한도) 융자 확대에 1000억원이 증액됐다. 또 문화·체육·수련시설 바우처 92만개 추가·신규 보급하는 데에 500억원이 늘었다. 통합문화이용권 53만개, 스포츠강좌이용권 7000개, 청소년수련활동지원 38만개가 해당된다.

◇공급망 안정, 수출 물류비 지원, 군 성폭력 피해상담소 설치

그 외 요소 등 공급망 취약물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정부가 긴급구매 후 제조기업에 재판매하는 긴급조달체계 구축을 위해 481억원이 증액됐다. 글로벌 물류비 상승에 대응해, 중소·수출기업 물류비 수출바우처를 내년에 한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70억원을 늘렸다.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특화된 군전문 성폭력 피해 상담소 1개소 공모·설치·운영 지원에 3000억원이 증액됐다. 자치경찰제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운영비 일부를 2년 한시 정액 지원하기 위해 130억원이 늘었다.

코로나19 위중증률 및 치명률 감소를 위해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 구매 추진에 3516억원이 증액됐다. 중증환자 병상을 역대 최대 수준인 1만4000개 이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의료기관 손실보상 예산을 3900억원 확대했다.

신종 변이 바이러스 선제 대응을 위해 진단검사를 일평균 23만건에서 일평균 31만건 수준으로 늘리는 예산이 1300억원 늘었다. 일선에서 코로나 환자를 치료·관리하는 보건의료인력 2만명에 대해 일 5만원 수준의 6개월분 수당 지원하는 데에 1200억원이 증액됐다. 민간병원 대상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등 의료인력 지원을 위한 건보 시범사업 등을 한시 국고지원하는 데에 1000억원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