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특란 한 판(30알)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다.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달걀 가격이 오르자 밥상 물가를 최전선에서 느끼는 주부들의 근심이 커졌다. 기사 식당·백반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마찬가지다. 계란찜이나 계란말이 등을 반찬으로 내놓는데 달걀값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한 백반집 사장은 “단골이 달걀 반찬 한 접시 더 달라고 하는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달걀 가격 급등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시장을, 시장은 정부를 손가락질하고 있을 뿐이다. 당장 정부는 달걀 가격 급등의 원인을 담합 탓으로 보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충북 오송에 있는 대한산란계협회 본부와 일부 지회에 대한 현장 조사를 나갔다. 공정위는 최근 몇 달 새 산지 고시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를 따르도록 협회가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지 고시가격 상승이 도매가격을 올리고 뒤이어 소매가격까지 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한산란계협회 입장은 전혀 다르다. 정부가 난각번호 4번 달걀(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을 낳는 산란계의 사육 면적을 넓히도록 규제한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4번 달걀을 낳는 산란계는 마리당 사육 면적 0.05㎡ 공간에서 사육되는데,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사육 면적을 0.075㎡로 넓히라고 규제를 강화했다. 대한산란계협회는 이 과정에서 닭 생산량이 최소 33% 줄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달걀 가격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미국 수출길까지 튼 것도 문제다. 미국 현지에서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산 특란 33만개가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로 수출됐다. 당시 농식품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를 성공적으로 방역한 덕에 달걀 공급이나 가격면에서 안정세를 보여 수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 수출 품질 측면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는 국내 달걀값이 급등하기 불과 석 달 전의 일이다. 달걀 가격에 대한 전망이나 수급 예측이 잘못된 것이다.

때아닌 달걀값 논쟁에 피해를 보는 곳은 대형마트다.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값 2000원이 진짜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물가 대책을 주문하자 대형마트가 달걀값 인상을 막는 최전선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특란 한 판을 종전보다 최대 20% 비싸게 사 오지만 소매가는 8000원을 넘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는 특란 한 판을 7990원에 이마트는 7980원에 롯데마트는 799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달걀 카테고리만 보면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발걸음을 맞춰가는 것이다. 대형마트가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 관리의 근본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책학 교과서에 적힌 대로라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담당 품목의 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가격 동향을 전망하고 물가 변동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달걀값 급등 상황을 지켜보자면 상황은 정반대다. 이렇다 할 정책 수립은 없고 수급 상황 파악과 전망치도 어긋났다. 그저 시장의 탐욕과 담합을 원인으로 보고 대형마트 같은 주요 시장 주체를 길들여 가격 안정,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달걀값 급등이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얼마간의 국정 공백 후 새 정부가 들어선 시점의 일이다. 아무리 세상일이 바쁘게 돌아갔다 한들 국가 세금으로 이뤄진 녹봉에도 공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텐데 아무도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