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훈 정책팀장

임기를 절반만 마치고 물러난 윤석열 정부가 짧은 기간 이행을 완료한 공약 중에 ‘병 월급 200만원’이라는 것이 있다. 2022년 정부 출범 당시 67만6000원이었던 병장 월급은 올해 205만원(급여 150만원,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으로 올랐다. 증액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대선 공약’이라며 밀어붙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바로 나타났다. 소위·하사 등 초급 간부 자원이 부족해진 것이다.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최근 군은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병사 자동 진급을 제한하는 진급 누락 제도를 담았다.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편 뒤에는 병 봉급 지출을 줄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 봉급 200만원’ 정책은 대선 핵심 공약일지라도 실제 추진하려면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사업이 몰고 올 부작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출범 일주일이 지난 이재명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 출범 직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새로 임명된 공직자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해 정책 검토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개최하고, 추경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경이 가져올 경기 진작 효과’보다 먼저 ‘추경을 위한 재정 여력’을 확인했다. 바닥을 친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겠지만, 나라 곳간 살림 상황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때 30조원대로 거론되던 2차 추경 규모는 현재 20조원대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전 국민 지원금 25만원’과 관련해서도 당정의 목소리가 현실감을 찾아가고 있다.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일정한 범위를 정하여 선별 지원할 수도 있다”(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0일 주재한 2차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을 우선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사업에도 이러한 선별적 지원 방식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매출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 사업을 꼭 해야 한다면, 평균소비성향이 큰 저소득 가구가 혜택을 많이 누릴 수 있도록 설계했으면 좋겠다.

소득 수준이 낮은 가구에는 지역화폐 구매 시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먼저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 가구가 대량으로 사고, 이를 사교육비 납부 등의 목적으로 쓰는 지금의 구조는 불합리하다.

이재명 정부 임기 260주 중 이제 막 1주가 지났다. 수권을 노리는 야당일 때와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여당일 때의 정책 판단은 달라야 한다. 잘 달리는 차일수록 잘 서는 브레이크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