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6개월간의 유례없는 정치적 혼돈이 지난 3일 대선을 끝으로 일단락됐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은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자연스레 관심은 이 후보의 당선 자체보다 과반 득표 여부, 그리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질지에 집중됐다.

대내외적으로도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등 주변국 언론까지 실시간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주목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3일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1.7%로 김문수 후보(39.3%)를 12.4%포인트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오면서 ‘이재명 대세론’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는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49.42%를 득표해 과반에 미치지 못했고, 김문수 후보는 41.15%를 얻어 격차를 8.27%포인트(289만 표 차)까지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39%(출구조사 예측치)와 41%(실제 득표율)의 체감은 분명히 달랐다. 김 후보가 선전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의힘이 당 재건의 ‘종잣돈’을 쥐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1400만표나 받았으니 잘만 하면 보수 재건을 노려볼만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총선과 대선,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임 회피와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계파 갈등에 머물러 있다.

당장 전날 국민의힘 텔레그램 방에서는 차기 당권의 향배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치열하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전당대회를 조기 개최해 당권을 장악하려는 친한계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이어가려는 구(舊) 친윤계 간 신경전이 대단한 상황이다. 당 쇄신은커녕 국민의힘 내부의 단일대오도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영남에서조차 70%대 득표율(대구·경북)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부산(51.39%)·울산(47.57%)·경남(51.99%)에서도 이 후보에게 상당수의 표를 넘겨줬다. ‘이재명은 싫지만, 김문수도 못 찍겠다’는 중도·청년층 유권자까지 포용하는 데 실패했다.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정확히 1년 뒤,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로 향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국민의힘이 민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시험대다. 1400만 표는 ‘새로운 보수’를 기다리는 국민의 목소리라는 점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