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했던 ‘개헌 논의’가 사그라드는 듯 하더니,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헌법 개정은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른바 ‘제왕적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임기 및 중임 여부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등 대선 주자들의 개헌 약속도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4년 연임제를,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4년 중임제를 주장한다.
현행 헌법의 5년 임기 단임 대통령과 4년 주기 총선은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대통령의 권한이 큰 것도 문제지만 여소야대 속 야당이 폭주하는 문제도 생기는 것을 우리는 봐 왔다.
책임총리제, 양원제, 결선투표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각 후보들이 내놓은 여러 대안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새 정부 지도자의 개헌에 대한 ‘실천적 의지’가 과연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과거 정치권에서 개헌 공약은 선거 국면에서 열세 후보들이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상투적으로 쓴 수법에 불과했다. 그만큼 진정성이나 신뢰성 면에서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계엄 및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국민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개헌을 단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개헌 추진에 대한 의지를 대통령 당선자가 온 국민 앞에 천명하고, 이행 타임라인과 방법을 공개적으로 선포하는 것이다.
우선 취임 후 국회 시정연설이나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개헌 의지를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개헌 상설 특위’ 설치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 특위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되, 국회의장 직속에 두는 방법을 택해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좋겠다.
특히 2026년 6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개헌에 대한 국민 의사를 묻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려면 절차상 국민투표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오는 2028년 6월 치러질 총선 전에 개헌을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적기’라고 보는 이유다.
혹은 개헌이 오로지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만 던진 것이 아니라면, 국민들이 투표장에 가기 전에 아예 약속을 하는 것도 좋겠다.
그동안 국민들은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다. 헌법학 권위자인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87년 체제의 마지막 과제를 ‘대통령이 거대 단일 야당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의 문제로 봤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계엄 카드로 이를 돌파하려 했다. 헌법 현실이 파국으로 끝났으니, 개헌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