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징동닷컴(JD.com), 알리바바, 핀둬둬(테무)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가 염가 마케팅을 앞세워 한국 소비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린 데 이어, 지난 24일 징동닷컴이 한국 진출을 공식 선포했다.
징동닷컴은 국내에서 알리·테무에 비해 인지도가 낮지만, 매출로는 셋 중 가장 앞선다. 지난해 매출은 1조1588억위안(약 229조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약 38조원)의 5배가 넘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0% 증가한 99억위안(1조9535억원)을 기록했다.
오픈마켓(온라인 중개 쇼핑몰) 사업을 하는 알리·테무와 달리, 징동닷컴은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처럼 자체 물류망을 통해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주문의 90% 이상을 24시간 내 배송한다. 이에 ‘중국의 아마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국내에선 쿠팡이 이와 유사한 모델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해외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한다. 2018년 한국에 지사를 세운 징동닷컴이 최근에야 인천과 이천에 물류센터를 개설한 이유도 공급망 확보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징동닷컴은 한국 고객들에게 제3자물류(3PL)와 풀필먼트(상품 주문부터 배송까지 물류과정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물류 사업을 시작으로 플랫폼 운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1년간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영토 확장은 유통업계의 큰 화두였다.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C커머스들은 거침없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우리 공산품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알리·테무의 총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700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잇단 유해성 논란과 국내 이커머스 대비 느린 배송 등은 약점으로 지목됐다. 해외 직구(직접 구매) 제품이 별도 안전장치 없이 국내에 들어온 결과였지만, 한국 기업 중엔 이런 혹평을 위안 삼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C커머스들이 구사하는 ‘현지화 전략’은 더 이상 안심할 상황이 아니란 걸 시사한다. 테무는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했고, 알리바바그룹은 신세계그룹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합작법인(JV)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징동닷컴 역시 물류 사업을 시작으로 이커머스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에서 식료품 이커머스 플랫폼 ‘조이바이(Joybuy)’의 시범 운영에 나선 징동닷컴은 앞서 현지에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업계에선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징동닷컴의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이 알리·테무보다 높아 더 위협적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중국 쇼핑몰의 침투에 맞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규제를 촉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나왔다. 청원인은 해외에서 만든 초저가 제품을 국내 물류센터에 선입고하고 빠르게 유통하게 허락한 현 사태가 공정거래 원칙에 위배된다며, 물류센터 운영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부는 손을 놓은 모양새다. 작년 5월 정부는 C커머스 공략에 대응해 KC 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금지를 추진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당시 정부는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외 직구 종합 대책 TF’를 구성했으나, 해당 정책을 번복한 후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전히 중국산 초저가 직구 제품들은 관세와 KC 인증 없이 국내 시장에 흘러 들어온다.
미·중 무역전쟁 대응 등을 이유로 C커머스의 한국 시장 공세는 더 빨라지는 형국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는 시장과 상인, 소비자를 위한 어떠한 안전·보호장치도 갖추지 못했다. 국내 유통 기업들이 유통산업진흥법 등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힌 것과 대조된다. 자국 우선주의까진 아니더라도, 정부는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C커머스로부터 우리 경제를 보호할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