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지금, 금융권에선 차기 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원장 인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 당국 직원들도, 금융권 인사들도 만날 때마다 “그래서, 금감원장은 누가 오냐”고 묻는다. 기자란 직업으로 4번의 대선을 치렀는데 차기 정부의 금감원장 인사로 설왕설래하긴 처음이다.

‘실세 금융감독원장’의 부작용이랄까.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이복현 금감원장 덕에 금감원의 대외 위상이 몰라지게 달라졌다. 경제·금융·통화당국 수장인 이른바 ‘F4’에서 막내 격이었던 이 원장은 마치 큰형처럼 각종 경제·산업 이슈에 서슴없는 발언을 했다.

임기 내내 월권 논란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며칠 못가 또 경솔한 발언을 쏟아냈다. 금감원을 검찰화·정치화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 원장은 펀드 사태 재검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했다가 헛발질을 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인 김주현 전 위원장은 이 원장에 밀려 존재감 없이 2년 만에 물러났고, 나름 세종 관가에서 장악력이 강하다고 평가받던 현 김병환 위원장도 이 원장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이 원장의 광폭 행보가 대선 승리를 장담하는 더불어민주당에게 ‘금감원은 상당한 권력 기관’이라는 엉뚱한 메시지를 준 모양이다. 민주당 안팎과 금융권에선 친명(친이재명)계 2, 3선 의원이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례대표 초선 출신인 김기식 전 의원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적은 있었지만, 현직 3선의 금감원장이라니. 예전이라면 “3선 의원이 왜 금감원장에 오냐”고 헛소문 취급했겠지만, 요즘은 “그럴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 하마평이 인사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의중인지 아님 호사가들의 말일 뿐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금감원장에 “이복현 같은 권력자를 앉혀야 한다”는 욕망은 분명히 읽힌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 근미래의 한국 금융은 암담한 전망 뿐이다. 민주당은 은행의 수익을 ‘횡재세’란 명목으로 빼앗고, 은행들의 정당한 대출 금리 산정 체제를 법으로 규제하고, 전 국민에게 1000만원의 장기 저리 대출을 내주겠다고 공약한다.

이 원장이 순회하며 으름장을 놓았더니 금융사들이 상생금융이라며 수조원의 돈을 토해내는 것을 민주당은 지켜봤다. 그러니 저런 공약 이행이 가능하리라 믿는 것이다.

금감원의 지배구조가 늘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곤 하지만, 이렇게 독립성에 큰 위협을 받을 때는 없었다. 같은 민주당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감원 독립선언까지 했었다. 윤 원장은 임기 동안 여러 구설수가 있었지만, 금감원 독립 만큼은 여러 여야 의원의 호응을 얻었었다. 금감원은 금융사를 감독·관리하는 막강한 권력 기관이면서도 그 책임도 막중하다. 강력한 권력은 휘두르고 책임은 회피한 이복현 원장을 보고 지금의 대선 주자들은 금감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의 중요함을 깨달았길 바란다. ‘실세 금감원장’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