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직장 내 자살이라는 게 왜 존재하는지 알았어요. 나는 나가고 싶은데 의원실에서도 안 보내주고, 집에서는 잘 다니는 직장을 왜 관두냐고 묻습니다. 이렇게 탈출구가 없으면 사람이 ‘끝이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일했던 보좌진이 지난달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보좌진은 과거 강 후보자의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의원실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4~5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동료들의 만류, 가족들의 기대가 발목을 붙잡았다.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은 이미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 작년 7월 최고위원 선거 중에는 익명 커뮤니티에 “수행비서 시켜서 분리수거 하게 하는 사람이 최고위원 출마한다고 할머니 손 꼭 잡은 영상을 자랑스럽게 틀어놨다”는 폭로가 올라왔다. 다른 의원실 보좌진들은 강 후보자의 잦은 보좌진 교체를 보며 “또 저러네”라며 수군거렸다. 그렇게 강선우 의원실을 스쳐 간 보좌진들의 고통은 서서히 잊혀 갔다.
‘직장 내 괴롭힘’은 주변에서 쉽게 보이면서도, 쉽게 피해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4일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34.5%였다. 이들 중 ‘피해 이후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 적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18%였다. 1000명 중 62명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에 이를 뻔한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강 후보자의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반응은 보좌진들을 다시 한번 절망에 빠뜨렸다. 당대표 주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며 응원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보좌관이 문제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강 후보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도 이런 당내 기류와 무관치 않다. 보좌진들이 갑질의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강 후보자에 대해 자진 사퇴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출입기자단 공지를 배포할 만큼 ‘신속 대응’을 했다. 용산에서는 ‘국민 정서에 반응한다던 대통령이 버티는 건 강 후보자가 여의도에서 매장되지 않도록 지켜주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이 말하기가 그럴 정도로 자살률이 높은데, 유형화해서 잘 살펴보면 예방 또는 감소할 여지가 있지 않느냐”라며 자살률 감소를 주문했다. 직장 내 괴롭힘도 자살 원인의 한 유형이다. ‘갑질이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해결책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