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용 증권부 기자.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차입매수(LBO)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빌리는 돈의 비율을 줄이자는 취지다. 무리한 차입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자산을 털어 배당금을 챙기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회사와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타파하자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LBO 규제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현행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것이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모펀드의 무리한 차입 관행을 개선하고 우리 기업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지키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규제의 발단이 된 홈플러스 사태를 보면, 규제 도입은 타당해 보인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금융 비용 부담을 회사로 전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건 사실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자산을 유동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멍을 메꾸며 버티다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 떨고 있는 것은 MBK와 같은 사모펀드가 아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LBO를 순자산의 200% 이상을 활용한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통상 담보인정비율(LTV)은 차입금을 순자산과 차입금의 합인 총자산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부채비율 200%를 LTV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6.7% 정도다. 현재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LTV 규모가 50% 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작 타깃인 바이아웃 펀드에는 영향이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신 상업용 부동산과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오피스 빌딩과 물류센터,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와 항만과 고속도로 등에 자금을 투입하는 인프라 펀드는 레버리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서도 대형 거래가 아닌 이상 차입 한도를 가득 채우는 경우는 소수지만,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면 영향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사모펀드 전체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산업 전체를 저격하는 일률적인 규제는 ‘묻지마 규제’가 되기 쉽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사태 발생 이후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재편하면서도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출자자(LP)의 범위를 기관투자자와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으로 제한하면서 대형 하우스와 중소형 하우스 간의 양극화만 심화했다.

도구는 쓰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차입 한도를 규제하는 대신 정보공개를 의무화한 이유다. 우리도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버리지 거래에 대해 사전에 알리도록 하고, 일정 기간 자산 등을 빼가지 못하도록 보호 장치를 두는 사후 규제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도구를 쓰는 주체지, 도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