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은 정권이 새로 출범하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인데 벌써 세 번째 비슷한 내용이다. 매번 분위기만 만들고 흐지부지됐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야 되겠나.”

최근 만난 금감원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 신설 시나리오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감원 내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금감원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재출범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 같은 내용의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공언해 왔다. 정부는 내주 국정기획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개편안 논의에 들어간다.

금감원은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 과거 두 차례의 금소원 신설을 논의할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말이다.

금소원 분리 신설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금소원 분리를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된 바 있다. 두 차례 모두 약 1년간의 시간을 끌고 없던 일로 돌아갔다.

정부와 정치권이 조직개편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자본시장 주요 현안의 처리는 더뎠다. 업무는 적체되고, 조사는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당시를 기억하는 금감원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금감원 내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벌써부터 다음 행선지로 금감위를 택할지, 금소원을 택할지 고민하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 퇴출, 상법 개정, 하이브 대상 사기적 부정거래 조사, 자산운용사 보수 인하 경쟁 조사 등 현안이 쌓여가는 와중에 직원들의 관심이 조직 개편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공시, 조사, 검사 등 일부 업무가 금소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자본시장 분야 직원들의 동요가 감지된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금감원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불확실성을 오래 끌고 갈 필요는 없다. 앞서 두 차례 장기간 의논하면서 학계와 정치권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정치적 상황뿐인데, 오랜 시간을 들여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조직개편을 야심차게 선언했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가 증시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이상 조직개편이라는 불확실성을 오래 가져갈 필요는 없다. 금감원은 정부 기관 중에서도 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오래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이미 정부가 칼을 뽑은 만큼 신속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