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뜨겁다. 코스피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2900고지를 되찾았다. 코스닥지수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재명 대통령의 투자도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28일 국내 양대 벤치마크(Benchmark·성과 평가 기준 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각각 2000만원씩 투자했다. 또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도 같은 날 100만원을 투자했고, 매달 적립식으로 임기 말까지 5900만원어치를 더 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각 ETF를 주문한 시점을 기준으로 매수가격을 추산해 보면 코스피200지수 추종 ETF는 11일 종가 기준 상승률이 10.1%다. 코스닥150지수 추종 ETF도 추정 매수가보다 8.6% 상승했다. 9거래일 만에 평균 상승률 9.7%, 평가이익 380여만원을 보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에 따른 정책 기대감이 국내 증시 상승의 큰 동력이 되고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확장 재정과 원화 강세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사자’로 돌아섰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상법 개정을 통한 투자자 신뢰 회복 의지도 시장을 들뜨게 하고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있다. 기업의 수익성 개선 전망도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또 하나의 축이라는 사실이다.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순이익 예상치는 지난 4월 초를 바닥으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던 관세 전쟁이 숨을 고르고,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의 사이클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시각이 더해진 결과다.
증시의 활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늘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기초 체력)이다. 앞으로 돈을 잘 벌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이 많아야 투자자가 몰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 취임 후 정부와 여권(與圈)이 제시하는 정책이 기업에 대해 당근 대신 채찍만 가득하다는 게 걱정스럽다.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0.8배 미만인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사업을 접을 때보다도 현재 시가총액이 싸다는 의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쓰인다.
문제는 보유한 설비 자산 규모가 큰 제조업종은 그 특성상 PBR이 높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모든 업종에 PBR이라는 하나의 잣대를 들이밀면 기업으로선 오히려 자산을 늘리지 않는 게 유리한 상황에 놓인다. 모든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배당만 늘리는 게 건전한 자본시장일 수 없다.
결국 주가 상승과 지배 주주의 이해가 일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과 상속·증여세 개편이 대표적이다. ‘친재벌’ ‘부자 감세’와 같은 딱지를 붙여 뭉갤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유세 기간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가 ETF를 매입했을 때 코스피지수가 2650쯤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에 가까운 목표다. 지수와 ETF 구성 종목 차이, 적립식 매수 시점의 주가, 배당 수익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겠지만, 코스피지수 5000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 대통령이 투자한 1억원이 2억원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경제 정책 성과를 토대로 퇴임 때 1억원을 거둬갈 수 있길 바란다. 물론,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의미가 퇴색되니 재정 건전성도 적절히 챙기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