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산업의 쌀인데 정부 정책은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첨단 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망의 외부 의존이 얼마나 큰 위기가 될 수 있는지 몸소 겪었음에도 철강 산업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 노동조합 연대가 철강 산업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에너지·문화 콘텐츠 등의 산업 공약은 전면에 내세워진 반면 철강 산업 지원은 지역 공약이나 포괄적인 산업 지원 공약으로 묶여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구·경북권 공약으로 ‘그린 철강 산업 육성’, ‘포항 수소·철강·신소재 특화 지구 조성을 통한 수소환원제철·수전해 수소 생산 설비와 기존 산업의 연계' 등을 내걸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철강·화학 등 K산업 부활을 위해 산업 경쟁력 회복 특별법 입법을 통한 구조조정 지원, 업계의 선제적·자발적 사업 재편 촉진, 정부 지원 확대 등의 포괄적인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철강 업계는 대선 이전부터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제철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포항·광양·당진)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과 금융·세제 혜택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하, 철강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 요구 등도 나오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미국의 관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 업체들은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에 8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세아그룹은 사우디·베트남·미국 등에 투자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산업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철강 제품은 지난해 333억달러를 수출한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수출 금액은 반도체·석유 제품·석유화학·자동차·일반기계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크다.
한 번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한때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던 미국의 US스틸은 경쟁력이 떨어져 일본제철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철강 업계에도 닥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