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게... 자본시장법 상으로는 문제가 되겠지만 가상자산이잖아요? 법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어서 저희도 애매합니다.” 가상자산을 담당하는 금융 당국 부서장들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애매하다”, “난처하다”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2000만명에 달하고, 거래대금은 주식시장을 추월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는 사업자에 대한 기본 규제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과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된 이용자보호법 정도가 전부다. 규제 사각지대는 악용을 낳는다. 일례로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빗썸의 ‘렌딩’이 있...
의정 갈등으로 야기된 의대 집단 휴학 사태가 의대생 복귀로 1년 만에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대생이 복귀하고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지난해 ‘과학적 추계’를 내세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으나, 결국 의대 정원은 의대생들과의 협상 카드로 전락했다. 의대생 집단 휴학 사태는 정부가 지난해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필수의료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보고서 3편을 인용해 5년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의사 1만명을 추...
‘홈플러스 사태’로 정치권의 사모펀드 규제 입법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만 우려가 앞선다. ‘투기 자본의 약탈적 기업사냥’을 막아 홈플러스 사태와 같은 민생 피해를 막겠다는 게 취지지만, 정치권은 이미 사모펀드를 ‘악’(惡)으로 규정한 채여서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2차 전체회의는 사모펀드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여야 없이 MBK파트너스가 피인수 회사인 홈플러스 자산을 팔아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며 호통쳤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및 운영 구조에 대해선 무지하거나, ...
2600억원 규모의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발생한 대부업체 PS파이낸셜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금융감독원의 1차 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발표됐는데, 폰지사기 가담자 371명 중 134명이 보험 설계사로 드러났다. 사기 가담자 다수는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자신을 금융·재무설계 전문가로 홍보하며 ‘재테크 스터디’를 모집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회초년생 등에게 PS파이낸셜 투자를 권유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한 사람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투자를 권유한 보험 설계사 스스로 이러한 영업...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탄핵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고령화와 인공지능(AI)의 도입 등 장기 이슈에 대해 주로 물어봤다” 지난 12일 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해 진행한 연례협의에 참여했던 한 한국은행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탄핵으로 인한 심리 부진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S&P의 관심이 정치현안보다는 장기이슈에 쏠려 있었다는 말이 의외였다. 기재부가 S&P...
“전자투표와 전자주주총회는 완전히 다른데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는 부분이지만, 당장 상장사의 부담을 키우는 내용은 따로 있다. 바로 상장사가 전자주주총회를 반드시 병행하도록 규정한 부분이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당장 법 공포 1년 뒤부터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해야 한다.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땐 시범 사업이란 걸 이용한다. 이전에 없던...
최근 시장에서 회자된 막대그래프가 있다. 올해 1월 2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의 미국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 규모가 102억달러(약 15조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라는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관련해 서학개미가 테슬라와 같이 올해 들어 주가 낙폭이 큰 개별 종목은 물론 기초 지수의 일일 상승·하락률을 수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성과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국내 시장을 떠나 미국 시장으로 향한 서학개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안 미국 증시가...
“안녕하세요, 사장님. 이번에 그 지긋지긋한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제에서 풀려난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사실 말이 안 되죠. 3년이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직접 지정해주다니요. 그러다 보니 선정된 회계법인도 감사 보수 협상에서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었죠. 압니다, 알아요. 너무 비싸게 불렀죠. 하지만 앞으로는 다릅니다. 안 그래도 올해 자유수임으로 풀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30여곳에 달하는 등 큰 장이 열렸더라고요.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죠. 아시잖아요, 요즘...
2024년 12월 10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야당 수정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부가 추진하려던 세제 혜택이 빠진 채였다. 정부로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수차례 회의를 거쳐 여야 간 합의된 다른 것까지 모두 없던 일이 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그런 수정안을 당일 제안했고 바로 통과시켰다. 기자는 당시 그것에 대한 기사를 썼다.(관련 기사☞부자감세라는 野 반발에… ‘배당소득 분리과세·ISA·통합고용’ 稅혜택 백지화) 그로부...
최근 여의도 정가에선 웃지 못할 이야기가 화제였다. 국회의원들 간에 ‘국회 목욕탕 TV채널 사수전’이 벌어진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목욕탕에 특정 채널만 매일 틀어놓고 있다”며 채널을 바꿔놨다고 하자,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틀어놓은 사람은 나다. 뒷담화하는 게 찌질하다”라고 공개 저격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사석에서 만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정말 못 믿겠다. 말을 호떡 뒤집듯 한다”며 상대당을 향한 불신을 드러낸다. 문제는 이 같은 불신이 입법 과정에서도 걸림돌로 작용...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항공의 신규 기업 이미지(CI) 발표 행사장에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 통합 계획에 못을 박았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합쳐 ‘통합 진에어’로 만들 계획이다. 에어부산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부산 지역사회는 통합 진에어 계획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에어부산은 부산 지역사회와 함께 출발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2008년 에어부산 설립 당시 부산 지역 기업이 일부 출자에 참여했...
“유럽은 재무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등 단기 긴급 상황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안보를 책임지기 위해 국방비를 확대해야 한다. 유럽 내에서 생산된 무기를 구매하는 회원국들에 최대 1500억유로(약 237조원)의 대출을 제공하겠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시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영업 실적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대형마트를 10년 넘게 옥죄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도 문제지만, 대형마트를 시장의 지배적 강자로 보고 의무휴업 등을 강제한 이 시대착오적 규제 탓에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2010년 전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업일을 지정해야 한...
“한국에서 양자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10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주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연세퀀텀위크 2025′ 행사가 열렸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한 연세대는 세계적인 양자과학 연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행사장에는 윤동섭 연대 총장과 허동수 연대 이사장이 얼굴을 보였고, IBM을 비롯해 국내외 양자과학기술 기업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금방이라도 한국이 양자과학기술 선도국에 오를 것 같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사장에서 ...
“정부의 ‘인공지능(AI) 국가대표 선발’ 발표를 듣고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취재하자 복수의 IT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이번 정부 정책이 국내 AI 산업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AI 인력 부족이다. 이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고용노동부는 신기술 분야 인력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AI 분야의 경우 오는 2027년까지 6만6100명의 수요가 필요하지만, 1만2800명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초·중급 인력은...
지난 2022년 1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설계와 시공 전 과정에 걸친 총체적 부실로 인한 사고였다. 불과 1년 3개월 뒤에는 인천 검단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익숙한 공간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잇달아 사고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실시공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 3월에 발표된 이 방안에는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에는 그 즉시 등록...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또 한번 보류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마 후보자 임명 보류는 ‘국회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최 대행은 보류 입장을 내기 전 약 1시간 동안 국무위원들과 따로 만났다. 마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선 “헌재 결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헌재 판결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만, 어겨도 처...
금융당국이 지난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이어 올 초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부실기업의 실질적인 퇴출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인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상장사들의 상장폐지 개선 기간도 이달부터 유가증권시장은 2년에서 1년으로, 코스닥시장은 최대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단축됐다. 그간 한국 증시의 상승을 막았던 일부 문제 상장사들이 대거 정리될 수 있고, 부실기업을 효율적으로 상폐할 수 있다는 점에선 증...
한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마라탕에서 벌레 수십여 마리를 발견했다는 글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해당 마라탕 업체는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각각 리뷰가 8000개에 육박한다. 주문량이 많을수록 평점도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업체는 배달의민족에선 별점 5점, 쿠팡이츠에서는 별점 4.9점을 기록했다. 해당 업체는 한 해충방제업체에 가입한 곳이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충격을 줬다. 이 사례 하나만 봐도 배달앱의 맹점이 몇 가지 드러난다. 우선 소비자가 배달앱을 통...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서울 곳곳의 집회 현장에서 ‘탄핵 반대’ 시민과 ‘탄핵 찬성’ 시민을 두루 만나게 된다. 두 계층은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는 그런 주장의 출처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60대 남성은 “중국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해 빨XX를 다 당선시켰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런 생각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부 기관 출신 유튜버가 다 말했다. 공부 좀 해라”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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