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차입매수(LBO)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빌리는 돈의 비율을 줄이자는 취지다. 무리한 차입으로 회사를 인수한 뒤 자산을 털어 배당금을 챙기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회사와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타파하자는 게 핵심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LBO 규제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현행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절반 가까이 줄이는 것이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요즘 용산에서 제일 유명한 ‘라떼는’(나 때는)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얘기다.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는 물론, 비공개 자리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이 주로 공직자의 자세를 당부할 때 그 시절을 예로 든다고 한다. 끝까지 책임졌더니 성난 민심이 움직이더라는 강력한 경험이다. 한 참석자는 “민원부터 바닥 행정까지 다 해본 대통령의 디테일”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 지역 군 공항 민원을 직접 손 보겠다며 광주로 내려갔다. 인구 9만 무안의 군수까지 초청해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 군수...
서울 곳곳이 지난 2022년 8월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원인의 하나로 ‘빗물 배수구’가 꼽혔다. 덮개나 물건으로 덮여 있거나 쓰레기로 막혀 있는 경우가 많아 빗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침수 피해를 키웠던 것이다. 반지하 주택이 빠르게 물에 잠기는 바람에 일가족이 숨지는 참사도 생겼다. 이후 빗물 배수구가 폭우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 일부 지자체는 ‘스마트 배수구’를 도입했다. 평소에는 덮개가 닫혀 있다가 빗물이 닿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장치다. 사물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이 동원됐다. 또 빗물 배수...
우리 증시가 이례적인 속도로 코스피 지수 3000선을 돌파했다. 높은 지지율로 정권을 잡은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이 소액 주주의 권익을 강조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이 증시 상승에 강한 동력이 됐다. 소액 주주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아 한국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와 정권이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몰라서 관련 정책을 펼치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모든 일이 그러하듯 정책 역시 작용이 있으면 부작용이 있다는 이치 때문에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는 후순위로 밀려온 결과다. 그런데...
단 1초. 최근 홍콩 출장 중 현지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하며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결제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카드나 간편 결제와 다를 바 없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쓰이고 있고 아프리카 등 몇몇 지역에서는 자국 화폐 대신 활용되기도 한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T 등)의 거래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일부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보다 거래량이 많다. 투자자들은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로 송금하고, 실질적인 투자 활동은 바이낸...
‘스마트’라는 용어가 들어간 사업을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주민 만족을 높이는 게 본질일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라는 이름 아래 예산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천은 지난 2023년부터 ‘스마트 반려동물 배변 처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주인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친환경 배변 봉투를 받은 뒤 공원에 설치된 배변 처리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업에 3억6000만원 예산이 들어갔지만 배변 처리기 한대 당 배변 처리는 ...
“의사 출신에 부처 이끌면서 리더십도 있었고, 공신력이나 대중 인지도 높은 건 인정. 근데 산업 정책은 글쎄...” 최근까지 가장 유력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거론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두고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평가다. 정 전 청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을 거쳐 질병청 초대 청장을 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2년간 국내 방역을 총괄 지휘했다. 아쉽게도 배우자의 코로나 관련 주식 투자 의혹이 불거지며 장관직에서는 멀어졌지만, 그가 ...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렵다.” 2017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한 말이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 첫 전체회의에서 김 전 의장은 ‘당, 정부, 청와대의 조화와 협력’을 강조했지만, 일주일 만에 ‘점령군’ 비판에 직면했다. 업무보고를 하는 정부 부처를 향해 “국정철학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 “(전 정부에서의) 잘못된 행정 방향에 대한 자기 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 쓴소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문 전 대통...
한국의 벤처투자 시장은 시장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정책 집행 통로에 가깝다. 민간 자본이 아니라 정부 자금이 중심에 있고, 투자 판단 역시 시장 논리보다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흐른다. 이 기형적인 구조의 핵심에는 바로 모태펀드가 있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모태펀드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황무지가 된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가 ‘마중물’로 벤처투자 초기 자금을 투입하고, 이후 민간 자금 유입을 유도한다는 ‘민간 레버리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민간 자금은 여일한 채 정부 ...
“공장을 돌리게는 해줘야 살아남죠. 기본적인 비즈니스 체계가 깨졌습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는 전기 요금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2020년 ㎾h당 100원 이하였던 산업용 전기 요금은 작년 12월 ㎾h당 190.4원으로 약 두 배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발전 원가가 올랐는데,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가정용 전기 요금은 그대로 두고 산업용 전기 요금만 올린 탓이다. 그 사이 철강업체는 가동률을 줄이거나 일부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철강은 석유화학, 반도체와 함...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 불허에도 900억원의 후순위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을 강행하면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10년 만기 후순위채를 발행한 회사가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의 오랜 관례다. 롯데손보는 ‘금감원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근간보다 이 관례를 지키는 것을 우선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금감원이 콜옵션 행사를 막은 이유는 롯데손보가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험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려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킥스)이 150%를 넘겨야 했다. 킥스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정권이 새로 출범하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인데 벌써 세 번째 비슷한 내용이다. 매번 분위기만 만들고 흐지부지됐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야 되겠나.” 최근 만난 금감원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 신설 시나리오에 대한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금감원 내부의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금감원을 금융감독위원회로 재출범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
한국 증시가 뜨겁다. 코스피지수는 3년 5개월 만에 2900고지를 되찾았다. 코스닥지수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재명 대통령의 투자도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28일 국내 양대 벤치마크(Benchmark·성과 평가 기준 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각각 2000만원씩 투자했다. 또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다른 ETF도 같은 날 100만원을 투자했고, 매달 적립식으로 임기 말까지 5900만원어치를 더 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각 ET...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다시 들겠죠. 이번에는 다르게 휘두를 수 있을까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직후, 한 전직 공정위 간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대 섞인 농담인가 싶었지만, 곧이어 “솔직히 걱정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공정 경제’를 주창하는 민주당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공정위에 힘이 실렸다. 실리는 힘만큼 논란도 일었다. 공정위의 힘이 세질수록,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선 공약 때부터 ‘공정경제’ 슬로건을 제시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공정위 인력 보강을 언급했다. 이전 정부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는 끝없이 미루기만 하는 숙제였죠. 그런데 이젠 속도가 붙을 것 같습니다. 다들 내색은 안 하지만 기대감을 높이는 중입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만난 한 회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ESG 공시 도입’이 ‘드디어’ 진도가 나갈 것이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에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진보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을 보면, ‘성장 기반 구축’ 항목에 ‘상장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신속 추진...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가 다시 뜨겁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해시드 오픈리서치 대표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정책실장에 앉히면서 후보 시절 밝혔던 스테이블 코인 도입 구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도 분주하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기업·Sh수협 등 6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은 스테이블 코인 분과를 만들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자산, 주로 법정 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암호화폐다. 기존 통화보다 결제가 빠르고, 해외 결제 시 환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
미국은 1998년 미시시피를 포함한 50개 주(洲) 정부가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 2460억달러(350조원)를 받았다. 흡연자 질병을 치료하느라 주 정부가 지출한 진료비를 지급하라며 필립모리스와 R.J레이놀즈 같은 담배 회사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사실 1950년대 담배 소송이 시작된 이후 담배 회사가 줄곧 이겼다. 그러나 1990년대 담배 회사 연구원들이 “담배 중독성과 유해성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취지의 양심 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담배 회사들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거액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
“철강은 산업의 쌀인데 정부 정책은 반도체·배터리와 같은 첨단 산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요소수 사태처럼 공급망의 외부 의존이 얼마나 큰 위기가 될 수 있는지 몸소 겪었음에도 철강 산업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 노동조합 연대가 철강 산업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런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에너지·문화 콘텐츠 등의 산업 공약은 전면에 내세워진 반면 철강 산업 지원은 지역 공약이나 포괄적인 산업 지원 공약으로 묶여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
미국의 사회철학자 존 롤스(1921~2002)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원초적 입장’에서 각종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초적 입장이란 서로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 능력 등을 모르는 상태다. 현재 처한 상황이나, 향후 처할 상황에 대해 서로가 모른다면 특정 집단에게만 이익이 되는 제도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정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복잡한 이해관계와 경제·사회적 계층이 실재하는 현실에서 롤스의 정의론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나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제도가 약자를 배려하...
SPC 계열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19일 새벽, 경기 시흥의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졌다. 그가 윤활유를 뿌리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고용노동부는 공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22년 SPC 계열 SPL 평택 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교반기(고체, 액체, 기체 등을 서로 섞거나 휘젓기 위해 쓰이는 기구)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2023년 8월 샤니 성남 공장에서는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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