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입은 매운데 손은 계속 가“, ”뜨거운데 시원하다“, ”얼큰하다“, ”국물로 입가심“, ”한국인은 밥심이다“와 같은 표현들은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들이다. 이외에도 맵단(매운+단맛 조화), 단짠(단맛과 짠맛의 반복), 냉면 치트키(고기 먹은 후 냉면으로 마무리) 여기서 ‘치트키란(cheat key)’란 게임에서 몰래 능력을 강화하는 비밀 코드를 뜻하며, 음식과 조합하여 ‘비장의 무기, 신의 한수’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김밥은 너무 속이 많은 김밥을 뜻한다. “피코크 감성”의 피코크는 공작새의 Peacock을 뜻하며 간편식이긴 하나 약간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HMR에 해당한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 의 약자로 즉석 3분 카레 같은, 요리 하지 않고 집밥을 대신할 수 있는 간편식품을 뜻한다.

요즘 K푸드의 전 세계적인 열풍을 주도한 대표적인 음식에는, 김치는 물론, 고추장, 불닭볶음면, 떡볶이, 양념치킨, 삼겹살, 구운김, 소주, 막걸리 등 주류까지 점점 그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누가 먹기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 되는 시대이다. 한국 음식 조리법만을 올리는 파란 눈의 외국인 유투버들도 상당수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K‑푸드 수출액이 31.8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라면, 김치, 치킨 등 전통 강자들이 여전히 수출을 견인하고 있지만, 이젠 전 세계가 Swicy(맵단맛) 열풍에 빠지고 있다.

영국 대형 유통업체 웨이트로즈(Waitrose)에서는 고추장 매출이 71% 급증하고 있으며 K-치킨 검색 양은 974% 폭증했다. 뉴욕 Summer Fancy Food Show에서는 즉석 한국식 식사(Ready-to-eat K-meals)와 함께, 달콤하면서 매운 ‘Swicy 스타일’ 한식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Swicy란 Sweet + Spicy (달콤 + 매콤)을 조합한 합성어이다.

이제는 단맛과 매운맛의 완벽한 밸런스로 Swicy는 감칠맛의 Umani(우마미)와 견줄 만한 단어가 되었다.

꿀 + 고추장, 스리라차 + 설탕, 고구마튀김 + 불닭소스와 같이 단맛만 있으면 금방 물리고, 매운맛만 있으면 혀가 얼얼하지만 둘을 조합하면 중독적인 균형의 맛이 완성된다. Swicy는 K-푸드를 대표하는 맛으로 글로벌 Z세대와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는 문화 코드가 되었다.

고추장은 케첩을 밀어냈고, 양념치킨은 버팔로윙을 제쳤으며, 불닭소스는 타바스코를 잊게 한다. 김치는 사우어크라우트를 대신하고, 삼겹살은 베이컨과 바비큐립을 흡수하며, 컵밥은 포케볼을 넘어섰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소주는 보드카를 대신해 잔을 채우며, 삼각김밥은 샌드위치와 오니기리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제 K-Food는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 세계는 지금 K-Pop, K-드라마, K-컬처에 이어 K-입맛을 추앙하고 있다.

결국 세계인의 입맛도 맵단맵단, 단짠단짠, 그리고 밥심으로 움직인다. 뜨거운데 시원하고, 매운데 계속 손이 가는 이 Swicy의 맛은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K-Food는 글로벌 치트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