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스 위어 주한영국대사관 대리대사/주한영국대사관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는 중대한 질문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 공급망 불안정, 디지털 전환 등 긴급한 과제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건실한 경제 성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해답이 장기적인 정책 명확성, 글로벌 파트너십의 강화, 전략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에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현대 산업전략(Modern Industrial Strategy)’을 출범시켰다. 이 전략은 향후 10년간 영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고, 혁신하고, 성장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번 전략은 한국에도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산업과 기업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둔 정책을 추진해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 영감이 되어 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은 녹색전환, 디지털 및 인공지능(AI) 기반 전략 기술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며, 이를 통한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영국이 지향하는 성장 비전과도 일맥상통한다.

영국 산업전략은 청정에너지, 첨단제조, 디지털 및 AI 기술, 생명과학, 국방, 금융서비스, 비즈니스서비스, 창조산업 등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큰 8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은 국내외 기업이 안정적이고 개방적이며 혁신 친화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G7 국가 중 가장 낮은 법인세율, 전면적인 투자 세액공제, 법정 산업전략위원회 신설 등은 영국이 장기적이고 친기업적인 정책 방향을 갖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이를 분명히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영국의 투자 매력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미국 블랙스톤은 영국 북동부 지역에 100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향후 5년간 영국 내 데이터센터에 80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OCBC 은행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하며 이에 합류했다. 한편, 영국의 AI 생태계에 대해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 CEO는 영국이 혁신과 성장을 위한 “골디락스(Goldilocks) 환경”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미 영국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아윈드(SeAH Wind)의 9억 파운드 규모 티사이드 투자 사례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용 모노파일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양국 산업 협력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 외에도 반도체, 인공지능, 수소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영국 청정에너지 공급망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과 한국은 모두 혁신성과 연구개발(R&D) 역량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2024년 혁신지수에서 영국은 5위, 한국은 6위를 기록했고, 2023년 PPP 기준 R&D 투자 순위에서는 한국이 5위, 영국이 6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양국은 청정에너지부터 양자컴퓨팅에 이르기까지 미래 기술 분야에서 공동 선도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신뢰, 투명성, 그리고 장기적 비전이다. 영국은 현재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국가다. 한국이 이재명 정부 하에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하고, 영국이 현대 산업전략을 바탕으로 국제 파트너십을 심화해 가는 지금이야말로, 양국 간 산업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킬 적기다.

영국의 현대 산업전략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국은 지금, 세계와의 협력과 투자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미래 산업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지금이야말로 영국에 투자하고 함께 성장할 최적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