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된 해양수산부 이전이 새 정부 출범 후 본격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 서해 구조물 설치, 중국의 공세적 관할권 확대, 조선 등 해양산업, 해양자원 개발 등 해양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 해양전략을 수립·조정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행정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행정, 산업, 대학, 연구기관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해양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해 구조물 설치와 같은 해양안보 위협이나 미국의 조선 협력 요청 등 해양외교·안보·산업·환경 등 전 정부 차원의 현안 대응은 해양수산부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해양수산부는 국무위원급 중앙부처 중에서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 발효와 함께 해양관할권이 확대되고, 해양이익을 둘러싼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996년 신생 부처로 발족했다.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던 해양수산행정을 일원화하고, 해양이익을 보호하고 해양강국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정책의지였다.

해양업무에 대한 조정 없이 해운·항만·물류 등을 담당하던 건설교통부의 해운항만청과 수산 업무를 담당하던 농림수산부의 수산청을 단순 결합하는 형식으로 해양수산부가 출범했다.

정부 부처는 국가기능 중심으로 존재하지만, 해양수산부는 해양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중심으로 부처가 설립되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통합적으로 수행할 것 같지만 정부 내 낮은 위상과 제한된 권한으로 인해 국가적 해양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

한·미 간 협력 사안으로 부각 되고 있는 조선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서해 구조물 설치·해양경계획정과 같은 해양안보 관련 사항은 외교부·국방부, 제7광구·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같은 해저자원 개발 업무는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부가 주무 부처이다.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같은 업무는 기재부나 금융위원회가 주무 부처이다.

해양은 특수한 공간일 뿐이지 육지에 일어나는 모든 정부 기능이 행해지는 곳이다. 해양의 업무는 국무위원급 한 부처가 전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서해 구조물 설치 등 해양주권 문제나 조선 등 해양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정책은 여러 부처와 관련된 업무이다. 이러한 업무를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해양수산부의 위상을 뛰어넘는 정부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 ‘국가해양위원회’와 같은 조직의 신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국가해양위원회’는 해양업무에 대한 컨트롤 타워로서 해양산업 등 국가해양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해양정보를 총괄·분석하여 국가적 해양현안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해양 선진국들은 다부처 관련 해양업무의 특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해양정책을 조정하고 국가해양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구를 두고 있다. 미국 대통령실의 해양정책위원회, 일본 총리실 산하의 종합해양수산본부, 프랑스의 총리 산하의 해양사무총국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통령실에 해양수산비서관 한 명 두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북극항로 운항이나 해저케이블 보호 등 해저전, 해저자원·해양관할권 분쟁, 해양안보 위협 등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해양강국을 실현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복잡한 해양 현안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국가적 해양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전 정부 차원의 해양전략 컨트롤 조직의 설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