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는 중대한 질문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 공급망 불안정, 디지털 전환 등 긴급한 과제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건실한 경제 성장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한 해답이 장기적인 정책 명확성, 글로벌 파트너십의 강화, 전략 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에 있다고 보고, 이를 토대로 ‘현대 산업전략(Modern Industrial Strategy)’을 출범시켰다. 이 전략은 향후 10년간 영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고, 혁신하고, 성장하기 좋은...
2025.06.24(화)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된 해양수산부 이전이 새 정부 출범 후 본격화되고 있다. 다른 한편 서해 구조물 설치, 중국의 공세적 관할권 확대, 조선 등 해양산업, 해양자원 개발 등 해양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장기적 해양전략을 수립·조정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행정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행정, 산업, 대학, 연구기관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해양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해 구조물 설치와 같은 해양안보 위협이나 미국의 조선 협력 요청 등 해양외교·안...
2025.06.23(월)
기름값 걱정과 대기오염, 그리고 기후위기까지,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덜어줄 묘책이 있다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가까이에 그런 해결책 가운데 하나가 있다. 바로 바이오에탄올이다. 흔히 ‘옥수수로 만든 휘발유’라고 불리는 바이오에탄올 혼합 연료는 이미 미국, 브라질 등 세계 60여 개 나라에서 일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선진국의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에 10%가량의 바이오에탄올을 섞은 E10 연료를 파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 덕분에 이들 국가는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온실가...
2025.05.28(수)
2025년 4월 22일, 잠무 카슈미르 파할감 인근 바이사 계곡에 잔혹한 테러가 벌어졌다. 죄 없는 관광객 26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2008년 뭄바이 대학살 이후 가장 파괴적인 테러다. 이 일로 핵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다시 고조되었다. 두 나라는 전쟁, 테러가 낳은 오래된 불신으로 적대감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 이번 테러에 대응해 인도는, 2025년 5월 6일 파키스탄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있는 9개의 테러 훈련 캠프를 겨냥한 정밀 타격 작전을 개시했다. 이름하여 ‘신두르 작전(Op...
2025.05.27(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각 정당 후보들이 약 1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제안하며 인공지능(AI) 강국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AI 강국의 실현은 요원하다. AI 모델의 데이터가 변조되거나 탈취될 경우 알고리즘의 신뢰성이 즉시 붕괴될 것이며, 데이터 무결성과 개인정보 보호가 확보되지 않은 AI 서비스는 규제에 막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안 침해 사고가 반복되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과 국민 신뢰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할 수 있다. AI 산업과 정보보호 산업은 양자택...
2025.05.21(수)
지난달 국내 주요 조선사 전문가들이 극지연구소에 모였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 입찰을 앞두고 마련된 공개 설명회 자리였다. 질의응답이 끊이지 않아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겨서 끝났다. 남극과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를 누비며 항해하는 연구선을 만드는 일에 쏟아진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업 예산은 지난 1분기 국내 조선 3사 평균 수주액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지만,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태극기를 달고 극지를 항해할 쇄빙연구선 만드는 일의 매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사업은 순탄하지만은 ...
2025.05.19(월)
전통 시장과 영세 사업장은 대개 노후화된 전기 설비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화재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고도화된 예방설비를 도입하기 어려워, 화재 발생 시 피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뚜렷한 해결책은 많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현실에서 ‘아크 차단기’ 기술을 화재 보험과 연계하는 방안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아크 차단기는 전기 화재의 주요 원인인 아크(arc, 전기적 방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전류를 차단하는 기기다. 기존 누전 차단기보다 월등히 높은 화재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아크 차단기를 보급하면, 보험사는 손...
2025.05.08(목)
최근 한 굴지의 대기업 해킹 사태가 미치는 사회적, 비즈니스적 영향에서 볼 수 있듯 기업의 중요 정보 유출 사고는 기업 경영의 일상적 위험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개인정보 유출 신고 건수는 307건으로, 거의 매일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또 2023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액이 전체 매출액의 3%로 상향되며 기업의 부담 역시 커졌다. 카카오는 약 6만5000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15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골프존은 221만여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75억원의 과징금을 물...
2025.05.08(목)
얼마 전 만난 인공지능 분야의 한 젊은 창업가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회사 본사를 미국에 만들었어요. 물론 서비스는 한국에서 하지만요. 왜냐구요? 전 감옥 가기 싫거든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동안 정치가 기업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본 입장에선 그의 말에 공감이 됐다. 왜 젊은 창업가들이 이런 말을 할까? 단순히 한 사업가의 지나가는 말일 뿐이라고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똑똑한 청년 창업자들이 느끼는 실존적 공포다. 이들의 두려움은 규제, 사회적 시선, 정치적 리스크, ...
2025.05.07(수)
요즘 K-푸드 열풍이 거세다. 많은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소개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김치말이 국수(Kimchimari Guksu)’가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름을 오해한 귀여운 해프닝들이 한국인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말다’라는 한국어 단어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김밥을 말다’, ‘이불을 말다’, ‘머리를 말다’, ‘국에 밥을 말다’처럼, ‘말다’는 ‘감싸다’, ‘감다’, ‘섞다’ 등 다양...
2025.05.05(월)
비트코인은 은행이나 정부 같은 중앙 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에 안전하게 가치를 전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제한돼 있으며, 이는 기존 법정화폐처럼 무한정 발행될 수 없다는 점에서 통화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 수단이 된다. 2009년 출시 이후, 비트코인은 초기 실험적 개념을 넘어 글로벌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차례 급락과 규제 압박, 시장의 회의적 시선에도 정당성을 점차 확보해왔고 이는 수요 증가, 기술적 탄탄함 그리고 인플레이션 및 법정화폐 불안정성에 대비하려는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 확대로 뒷받침됐다...
2025.04.28(월)
2025년 4월 10일, 서울 중구 한복판에서 조용하지만 중대한 기술 혁명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대표 AI(인공지능) 과학자들과 로봇 기업, 부품 기업, 수요기업, 자산운용사 등 총 40여 개 기관, 350여 명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K-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연합’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단순한 기술 협약을 넘어, 대한민국이 ‘휴머노이드 AI 로봇’을 국가적 문샷(Moonshot·달 탐사와 같은 야심적 연구) 프로젝트로 삼겠다는 역사적인 선언의 장이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더 이상 화면...
2025.04.11(금)
제주 방언으로 ‘매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아홉 살 소년이 같은 나이의 소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부모의 헌신적 사랑, 이웃과의 따뜻한 정, 형제 간의 깊은 우애를 그린 감동적인 드라마로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는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 염혜란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1화부터 눈물을 쏟아내게 한다. 애순이의 캐릭터는 어린 시절 김태연, 청장년은 아이유, 노년은 문소리가 연기하여 여성 3대가 그려내는 감동적인...
2025.03.19(수)
최근 ‘중증외상센터’라는 K-드라마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서 대규모 재난으로 수많은 중증 환자가 동시에 발생하자, 모든 환자들이 서로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만 주인공인 의사는 냉정하게 환자들을 빠르게 분류하는 내용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트리아지(triage)’라는 분류체계가 존재한다. ‘분류’라는 뜻을 지닌 트리아지는 응급상황 시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체계다. 1800년대 프랑스 나폴레옹 제국 친위대 소속 외과의사였던 도미니크장 라레가 도입한 개념으로 전쟁이나 대형 재난, 각종 ...
2025.03.07(금)
기업 경영에 대한 주주의 관심이 커지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주주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다가오는 주주총회 시즌에는 ‘주주제안’이 중요한 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주주제안이 기관투자자 또는 2·3대 주주가 최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지분을 결집한 뒤 회사에 안건을 적극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요구하는 추세다. 적지 않은 기업이 주주제안을 접수했다는 소식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들려오고 있다. 주주제안이 증가하면서 기업도 대응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
2025.02.26(수)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건 K-팝이나 K-영화, K-드라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뮤지컬의 본고장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어쩌면 해피엔딩>과 <위대한 개츠비>가 오픈런 (무기한 상연) 공연 중이다. 이 작품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무대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뮤지컬 작품이 브로드웨이에 처음 선보이기까지 평균 7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여러 단계의 개발을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과해 첫선을 보이는 작품 중에서도 장기 공연에 들어가는 건 10% 안팎에 불과하다. 202...
2025.02.25(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2′가 비영어권 시리즈 주간 랭킹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시즌2에서는 코인 투자가, 트랜스젠더, 탈북자, 마약 중독자, 무속인 등 새로운 캐릭터가 눈길을 끌었고 특히 셀프 따귀의 명장면을 연출한 프론트 맨(이병헌 분)이 게임 참가자로 등장하면서 긴장감을 더욱 고조 시켰다. 기훈 (이정재 분)은 해맑게 웃기도 했던 시즌1과는 다르게 참가자를 구하려는 책임감으로 7편 내내 경직된 표정의 일관된 연기를 보여 주었다. ‘Green Light, Red Light’보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25.01.13(월)
스타트업은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된다.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에서도, 마케팅을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흑자 전환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시작하는 것보다 생존하고 스케일업을 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스타트업은 회사를 키우는데 필요한 모든 자금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투자를 받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자금을 조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패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는 지를 확인하면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
2025.01.02(목)
“밥 먹다”, “물 먹다”, “약 먹다”, “껌 먹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에서는 심지어 겁, 욕, 귀까지 먹을 수 있다. 영어도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만만치 않지만, 우선 입안에 들어가는 것에 따라 다른 동사를 쓰는 것이 영어 초급자들을 늘 괴롭힌다. 음식은 eat(먹다) “eat food”, 액체는 drink(마시다) “drink water”, 약은 take(복용하다) “take medicines”, 껌은 삼키면 안 돼서 씹다(chew). “chew gum” 와 같이 여러 가지 동사들과 어울린다. 문화의 차이로 같은 메시지를 전하...
2024.12.18(수)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그리고 쉬인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1위는 미국의 아마존으로, 점유율은 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그리고 테무는 각각 16%, 9%, 7%의 점유율로 2, 3, 4위를 차지하며 빠르게 추격 중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용자 수 기준으로 쿠팡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가 2위, 테무가 3위에 올랐다. 초저가 상품, 전방위 광고, 무료배송 전략을 내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
2024.12.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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