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최근 강남권에 소재해 있는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온 지인의 얘기다. “그거 아세요? 초등학교 입학식에선 명품 하나씩은 걸쳐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아무도 입고 오지 않았어요. 샤넬 가방도, 명품 옷도 싹 사라졌어요. 이수지 열풍 때문인 것 같아요. 재밌지 않아요?”

대치맘 패러디 영상으로 강남권을 뒤집어 놓은 이수지 열풍이 아직 진행형이다. 일부 전문가는 군중 심리와 맞물린 ‘한국인만의’ 독특한 명품 소비 현상이 이수지씨 영상을 계기로 사라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학생이라면 꼭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어야 했던 것과 같은 현상들 말이다. 한국 정도의 국력이라면, 이제는 이런 현상이 사라질 때가 된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이수지씨 열풍의 최대 피해자로 여배우 한가인씨를 꼽는다. 한가인씨는 자신의 유튜브에 올렸던 자녀 라이딩 영상을 삭제했다. 무려 15시간 동안 아들·딸의 등하교 라이딩을 하며, 차 안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모습 등을 공개했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 삭제에 이어 한가인씨가 출연한 ‘유퀴즈 프로그램’ 다시 보기 편도 내려갔다고 하니, 그녀가 패러디 영상에 상처받았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아마 한가인씨는 라이딩 영상을 통해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 엄마”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녀 또한 한명의 엄마이고, 엄마로서 이렇게 열심히 산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은 다르게 받아들였다. 하루 15시간이나 라이딩에 할애할 수 있다는 것도 대부분 사람에겐 부럽기만 한 특권이다. 샘을 느낀 사람도 있을 것이고, “뭘 그렇게까지?”하면서 유난 떤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수지씨의 패러디 영상이 이토록 화제를 모은 것이다.

본인이 연출하고자 했던 것을 세상이 몰라주는(?) 것은 연예계 뿐만이 아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증권가에서도 매일 매일 반복된다. 고려아연의 ‘폭탄’ 유상증자가 그랬고, 최근에는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 그랬다.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용단’으로 비치길 원했다. 사실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을 한두 달쯤은 늦출 수 있었다. 회생 신청을 한 그 주, 고려아연 경영권의 향방을 쥘 법원 가처분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고려아연을 현 경영진 의사와 반하게 억지로 빼앗아 가려는 MBK 입장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경영 실패는 분명히 부정적인 요인이다. 그럼에도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은 “보아라,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기업을 살리고자 어려운 선택을 내렸다”는 걸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MBK 예상보다 훨씬 큰 부정적인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에 MBK 이미지가 ‘얄밉지만 능력있는 사모펀드’였다면, 지금은 얄밉다는 이미지만 남았다. 과거의 투자 실패 사례가 계속 바이럴되고 있다.

지난 한주, MBK는 속수무책 밀리기만 했다. 분위기 반전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투자(경영) 실패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노력하겠음을 공표해야 한다. 과거 MBK가 사들였던 기업 중 실패 사례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당시 직원들에게도 미안했다고 사과해야 한다. “응 그래, 내가 기업을 잘못 봤네. 실패한 투자였어”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같은 김병주 MBK 회장부터 조금 더 가까이 내려왔으면 한다. 국감장에 아무리 불러도 콧방귀도 뀌지 않고(사실 대부분의 소환 이유가 말도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어떤 이슈가 있어도 천상계에 남아 두문불출하는 것은, MBK가 아주 잘 되고 있을 땐 괜찮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한가인씨도 마찬가지다. 우아하고 화려한 이미지만으로 유튜브 세상에서 성공할 수는 없다. 아예 차라리 이수지씨와 콜라보로 유튜브 콘텐츠를 찍으면 어떨까 싶다.

고고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스스로 대치맘을 풍자하는 것이다. 한가인씨의 유튜브 이름도 ‘자유부인 한가인’ 아닌가. 가면을 벗고 조금 더 자유롭게 찍으면, 단언컨대 조회수도 대박 날 것이다. 공감을 얻으려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야 한다. 연예인도, 기업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