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앞두고 알뜰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단통법 폐지 이후 보조금 규제가 사라지면 자금 여력이 우위인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 심화로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워 통신 3사와 시장 경쟁자 역할을 해왔던 알뜰폰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면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25% 요금할인 받고 추가지원금 또 받는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기존에는 공시지원금을 선택한 경우에만 추가지원금이 허용됐지만, 오는 22일부터 단통법이 폐지되면 선택약정 25% 요금할인(이하 25%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도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저렴한 요금제가 강점인 알뜰폰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통신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2년 약정 요금제 가입 시 기존 25% 요금할인 외에 추가지원금을 받게 되면 실질적으로 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개통하는 게 알뜰폰을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LG유플러스에서 현재 판매 중인 데이터 14GB(데이터 소진시 1Mbps 속도로 데이터 무제한 사용) 요금제(5G 라이트+)는 월 5만5000원이다. 여기에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월 요금이 4만1250원까지 내려간다. 동일한 조건의 알뜰폰 업체 LG헬로모바일 ‘5G 라이트 유심 14GB’ 요금제의 월 이용료는 3만6300원으로 LG유플러스 대비 4950원 저렴하다.
하지만 22일부터는 통신사가 요금할인 선택 고객에게도 추가지원금을 줄 수 있다. 만약 15만원의 추가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2년간 매달 6250원의 추가 요금 할인 효과가 생겨 LG유플러스 요금제가 LG헬로모바일보다 1300원 더 저렴해진다.
◇ 통신사간 보조금 경쟁 촉발로 알뜰폰 중심 ‘자급제폰’ 감소
단통법이 폐지되면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존에는 불법이었던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일부 유통점을 중심으로 풀렸던 ‘공짜폰’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심해질 경우, 휴대폰을 제조사로부터 구매한 뒤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했던 자급제폰 구매자들의 소비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중고폰 가입자도 있지만 자급제폰(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를 통해 구매한 새 단말기)을 구매해 저렴한 요금제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알뜰폰의 주축을 이룬다”면서 “자급제폰 소비자들도 단말기 지원금을 많이 제공하는 통신사에서 휴대폰을 구매해 개통하는 쪽으로 소비 패턴이 바뀔 것이다. 이는 알뜰폰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10여년간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줄였고, 자급제폰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사실상 알뜰폰 시장의 성장은 단통법 시행과 맞물린 효과였다”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4년 가입자 387만명으로 국내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7.3%였던 알뜰폰은 올해 1월 가입자가 950만명까지 증가해, 16.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 자금 여력 떨어지는 알뜰폰업계
문제는 알뜰폰이 통신사와의 마케팅 경쟁에 대응할 정도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알뜰폰 업체에 그동안 면제됐던 전파사용료(국가 자원인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부과되는 관리세)가 부과되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의무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된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부터 통신 3사와의 망 사용 도매대가 협상 주체가 정부에서 협상력이 떨어지는 개별 알뜰폰 업체로 변경돼, 요금 경쟁력을 갖추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쩐의 전쟁’이 시작되고 통신 3사의 보조금 재원이 알뜰폰 가입자를 데려오는 쪽으로 집중될 것”이라며 ”영세하고 자금이 부족한 알뜰폰 업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 3사와 경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알뜰폰 시장이 죽으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