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이노텍 본사. 디지털 자동차 키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차에서 내린 뒤 10초가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 차 안에 아이가 혼자 남아있다는 ‘알람’이었다. LG이노텍의 디지털 키에 탑재된 레이더가 아이의 심박수를 AI(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감지해 자동 알림을 보낸 것이다. 기존 아동 감지 장치는 좌석 무게 변화로 아이 탑승 여부를 인식해, 가방을 올려놓아도 오인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이노텍은 성인과 다른 아동 특유의 미세 호흡을 감지하도록 레이더 센서를 설계했다.
디지털 키는 스마트폰으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거는 기술에서 시작됐다. 실물 키를 분실할 염려가 없는 데다 차량 공유 산업이 성장하면서 디지털 키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디지털 키 시장은 올해 6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3조3000억원 규모로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이 같은 차세대 디지털 키 솔루션을 전장부품 사업의 핵심 축인 차량통신(커넥티비티)의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열린 기술 설명회에서 LG이노텍은 디지털 키를 포함한 차량 통신 사업을 2030년까지 연 매출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병국 LG이노텍 전장부품사업부장(전무)은 “차세대 디지털 키 솔루션은 LG이노텍의 독보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집약된 혁신 부품”이라며 “이미 확보된 수주를 기반으로 실적 목표를 잡았고, 2030년엔 세계 1위 디지털 키 공급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 디지털 키 기술의 핵심은 스마트폰의 위치를 10㎝ 오차 이내로 정밀하게 탐지하는 능력이다. 기존 기술은 스마트폰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으면 신호가 약해져 문이 잘 열리지 않거나, 운전자가 차 뒷쪽에 있는데 앞문이 열리는 등 오작동이 발생하곤 했다. LG이노텍은 AI 기반의 고정밀 3D(3차원) 측위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남형기 커넥티비티 개발실장은 “10㎝ 오차 이내로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는 업체는 LG이노텍과 유럽 회사 한두 곳뿐”이라고 말했다.
2017년 처음으로 디지털 키 모듈 개발을 시작한 LG이노텍은 저전력 블루투스와 광대역폭 주파수를 활용하는 초광대역(UWB) 무선통신을 결합해 차세대 솔루션을 내놨다. 남 개발실장은 “이 솔루션에 3D 좌표를 학습한 AI를 활용, 자체 개발한 고정밀 3D 측위 알고리즘을 추가로 적용해 기존 디지털 키보다 정확도를 30%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LG이노텍은 디지털 키 솔루션에 자체 개발한 레이더를 추가했다. 이 기술은 아동 감지 기능 외에도 강도가 강제로 차 문을 열려고 시도할 때 즉각 운전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등 다양한 상황을 감지해 위험 신호를 보내는 기반으로 쓰인다.
LG이노텍은 레이더를 추가한 3세대 디지털 키 양산 시점을 이르면 2028년으로 잡고 있다. 김홍필 커넥티비티사업담당은 “지난해에만 국내외 14개 차종에 탑재될 2세대 디지털 키 솔루션을 수주했다”며 “현재 북미∙유럽 완성차 고객을 대상으로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3세대 수주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