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올 하반기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양산할 예정이다. TSMC는 내년 2㎚ 공정의 생산능력을 2배가량 늘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한 AP 엑시노스 2600 물량 외에 엔비디아와 퀄컴, 미국 전기차 기업 등 빅테크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하반기 2㎚ 공정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4만~5만장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2㎚ 공정을 통해 양산되는 첫 번째 제품은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 시리즈에 탑재되는 AP다. 애플을 시작으로 내년 퀄컴과 엔비디아, AMD 등의 물량을 순차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며 생산능력은 월 9만장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엑시노스 2600 물량을 양산하고, 안정화된 수율과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외부 고객사 수주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TSMC의 생산능력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다. 3㎚ 이하 첨단 공정을 개발한 기업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뿐이지만 현재 TSMC가 양산 수율 등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이 쏠린 영향이다. 삼성전자도 3㎚ 2세대와 2㎚를 양산 중이지만 수율 및 제조 성능 등에서 고객사를 만족시키지 못하며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도 18A(1.8㎚급) 공정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물량 외에 고객사가 없어 14A(1.4㎚급) 공정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TSMC는 2㎚ 공정과 제조 이후 제품을 완성된 형태로 조립하는 첨단 패키징(CoWoS)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TSMC는 2㎚ 공정과 마찬가지로 CoWoS 생산능력도 내년에 2배 가까이 확대할 방침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2㎚ 공정 수요가 3㎚ 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2㎚ 에 대한 고객사들의 주문량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TSMC의 제한된 생산능력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등을 통한 공급망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SMC의 첨단 공정 제조 비용이 과하게 책정됐을 뿐만 아니라, 생산능력의 한계로 고객사 출시 일정에 맞춰 제품을 공급 받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퀄컴, 미국 전기차 기업 등과 2㎚ 공정 양산을 두고 평가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퀄컴은 AP 등을 평가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와 5㎚, 7㎚ 등 기존 주력 공정의 가동률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지만 대다수가 자사 물량, 암호화폐 채굴기 등으로 공정 단가가 높지 않다”며 “공정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3㎚ 이하 첨단 공정에서 ‘큰손’ 고객사를 확보해야 적자 폭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은 TSMC에 오랜 기간 대량 주문을 해온 주력 고객사이지만 그밖에 기업들은 양산 순번이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어 파운드리 다변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