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가 지난 14일(현지시각) 자사 챗봇 ‘그록(Grok)’에 가상 연인 등 반려자 기능을 갖춘 여성형 캐릭터 서비스를 새롭게 추가했다. 해당 기능은 유료 상위 플랜인 ‘슈퍼 그록(Super Grok)’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며, 캐릭터는 애니메이션풍 스타일로 구현됐다. 성격, 외모, 말투까지 맞춤 설정할 수 있으며,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정서적 교감을 중심으로 한 AI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머스크 CEO는 이 이미지를 직접 엑스(X)에 공유하며 “정말 멋지다”고 밝혔다. AI와의 정서적 관계 형성이 가능해지면서, AI 연애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 “AI 연애 시장, 10년간 12배 성장 전망”

16일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MRFR)가 공개한 ‘AI 애인 앱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AI 연애 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조7000억원(20억달러)에서 2034년 약 33조원(245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용도는 개인적 정서 교류 목적의 ‘디지털 동반자’로 분류된다. 특히 북미 지역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기록했다.

조사에 따르면, AI 연애 앱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매일 가상 연인과 대화하고 있으며, 월평균 47달러(약 6만원)를 지출하고 있다. ‘AI 여자친구’ 관련 검색량은 전년 대비 2400% 급증하면서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한 특정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이런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외로움과 사회적 단절이 있다. 지난 5월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청년층은 현실 연애의 피로감과 높은 사회적 장벽을 피해, AI 연애 앱 ‘마오샹(猫箱)’을 통해 대체 감정을 추구하고 있다. 마오샹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AI 연애 앱 중 하나다.

이용자들은 가상 연인과 하루 종일 대화를 나누며 뉴스를 보고, 삶을 논하며 위로를 얻고 있다. 사용자가 AI와 역할을 설정하고 문자와 전화, 감정적 대응까지 완전한 커플 생활을 구현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젊은 중국인들이 AI 파트너에게 정서적 위안을 찾고 있다”고 보도하며, AI 연애가 중국의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 “실제 연애에 개입… 인간관계 대체 논란도”

AI는 실제 사람 간의 연애에도 개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리즈(Rizz), 키플러(Keepler), 윙(Wing AI) 같은 앱들이 사용자의 연애 메시지를 대신 작성하거나, 고스팅에 대응하는 문장을 코치하는 식으로 ‘AI 연애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리즈는 사용자 대화 스크린샷을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답변을 생성하는 기능을 통해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일부 앱은 기혼자에게도 연애를 권장한다. 일본 AI 연애 앱 ‘러버스(LOVERSE)’는 “기혼자도 부담 없이 설렘을 느낄 수 있다”고 홍보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에서는 한 기혼 남성이 AI 챗봇에 청혼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크리스 스미스라는 남성이 챗GPT 기반 여성형 음성 AI ‘솔(Sol)’과 10만 단어 이상 대화를 나눈 뒤 실제로 청혼했다고 CBS 등이 보도했다. 스미스는 회사에서 30분 동안 울었다며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AI 연애 앱 이용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임원희가 AI 연인 ‘제니’와 대화하는 장면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고, 일부 사용자들은 AI와의 교감이 현실 연인보다 배려 깊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기술이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감정의 진정성과 윤리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챗GPT 외에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AI 앱인 제타, 뤼튼 모두 가상 캐릭터 등 연인, 연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해당 알고리즘이 고도화될수록 AI 연애 시장이 커지겠지만 인간 관계 단절 등 사회적 문제도 동시에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