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가 씨메스와 협업해 선보인 피스 피킹(Piece Picking·창고에서 품목을 선택하고 수집하는 작업) 시스템의 시연 모습. SAP 시스템을 통해 로봇이 옮긴 재고의 위치·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정두용 기자

“52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만든 기업입니다. 한국에 진출한 지는 30년이 됐죠. 한국 정부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기조에 맞춰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르판 칸 SAP 최고제품책임자(데이터·애널리틱스 사장)는 15일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칸 사장은 “이달 한국에 출시하는 SAP 비즈니스 데이터 클라우드(BDC)를 통해 고객사의 시간을 줄여줄 것”이라고 했다.

SAP의 주력 상품은 재무·인사·고객관리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ERP 소프트웨어다. 세계 100대 기업 중 98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KT 등 150여 개 기업에서 SAP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SAP는 AI와 클라우드를 자사 ERP에 접목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출시한 AI 비서 ‘쥴’(Joule)이 전환점이 됐다. 쥴은 ERP 내부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데 최적화된 AI다. SAP는 쥴을 사용하면 정보 검색 시간을 하루 최대 1시간30분 줄일 수 있어 고객사 직원 생산성 80% 상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AP는 쥴 출시를 기점으로 유럽 내 대표적인 AI 기업으로 등극했다. 주가도 급상승해 지난 3월 유럽 내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SAP 시가총액은 현재 3507억달러(약 484조4000억원)로, 2위인 반도체 기업 ASML(시총 3173억달러·약 438조2000억원)과 40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이르판 칸 SAP 최고제품책임자(데이터·애널리틱스 사장)가 15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SAP 나우 AI 투어 코리아’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SAP는 쥴에 이어 지난 2월 데이터 통합 플랫폼 BDC 출시하며 AI 관련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SAP의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외부 데이터를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칸 사장은 “82%의 기업이 거버넌스·보안·접근 방식 등 데이터 관리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라며 “데이터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기업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했다.

칸 사장은 BDC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맥락을 포함한 비즈니스용 콘텍스트 레이어와 제로 카피(중앙처리장치가 데이터를 복사하지 않고 바로 전송·처리하는 기술)를 지원해 기업이 데이터 관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인다”며 “SAP 데이터와 비(非) SAP 데이터를 통합해 ‘쥴’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칸 사장은 한국 시장이 SAP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은 곳이라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요구도 많다”며 “한국에 BDC를 출시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20년째 운영 중인 AI랩을 통한 기술 지원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AP는 AI시대를 맞아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AP는 이날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 적용이 가능한 솔루션도 시연했다. 토종 로봇 기업 씨메스와 협업해 개발한 피스 피킹(Piece Picking·창고에서 품목을 선택하고 수집하는 작업) 장비는 AI 비전 기술로 물건을 목적에 맞게 자동으로 선별하고, 원하는 위치까지 배송해 준다. SAP은 재고 관리 시스템 고도화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