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EDA 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이 19% 늘어나는 등 시높시스, 케이던스 같은 설계자동화(EDA) 경쟁 기업과 비교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시대 구조가 복잡해진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특화된 독보적인 솔루션을 보유한 만큼 EDA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입니다.”
마이크 엘로우 지멘스 EDA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EDA는 반도체 설계와 시뮬레이션, 검증, 제조 및 테스트를 하는데 사용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도구다. 글로벌 반도체 EDA 시장은 시높시스와 지멘스, 케이던스 3개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지멘스의 매출액은 184억유로(약 30조원)다.
지멘스는 AI 시대에 발맞춰 생성형 AI를 EDA 솔루션에 도입해 성능을 고도화,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로우 CEO는 “지멘스 EDA 솔루션에 AI가 탑재되면서 생산성은 10배, 연산 효율은 3배가량 늘었다”며 “고객사가 설계하는 칩의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 등을 바탕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을 지원할 서비스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SIC은 특정 AI 서비스에 성능을 집중시킨 반도체를 의미한다. 생성형 AI 시장이 개화하고, 아마존과 구글, 메타 등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며 이에 맞춤형으로 설계된 ASIC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엘로우 CEO는 “지난해 ASIC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프로젝트들이 당초 개발 일정보다 지연됐다. 이는 ASIC의 설계가 기존 반도체보다 복잡하고, 공정 난도도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지멘스 EDA는 AI를 통해 설계를 효율화하고 반복되는 작업은 자동화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사가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멘스는 SK키파운드리와의 협업도 발표했다. SK키파운드리는 지멘스와 협력해 130㎚(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양산하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의 공정설계키트(PDK)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130㎚ 공정은 이미 안정화된 레거시(구형) 공정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요구되는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반도체의 설계 난도도 올라갔다. SK키파운드리의 공정 기술 최적화에 지멘스의 EDA 솔루션을 결합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조 공정까지 개발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지멘스는 이번 솔루션을 통해 차량용 전력 반도체 설계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이다. 김준환 한국지멘스 EDA 대표는 “이번 솔루션은 전력 반도체와 IoT 시장의 개발 및 양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최신 EDA 기술을 통해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진일섭 SK키파운드리 미래기술(R&D) 부사장은 “이번 PDK는 기존 대비 설계 효율성과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만큼, 고객사들이 고성능 차량 반도체 제품을 설계하는데 있어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