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어김없이 ‘에어컨 전기료’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제습’ 모드가 ‘냉방’ 모드보다 전기료를 아껴준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얘기입니다. 제습 모드를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과 삼성전자, LG전자 에어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에어컨 사용 팁을 정리했습니다.
◇ 제습 기능, 전기료 더 나올 수도
결론부터 말하면, 에어컨 전기료 절약의 핵심은 ‘실외기의 전력 소모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에어컨의 심장 격인 실외기 속 압축기는 냉매를 압축해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의 대부분을 소비합니다. 냉방과 제습 모드 모두 이 압축기를 가동해야 작동하므로, 상황에 맞춰 실외기 압축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찜통더위 땐 냉방 모드를 강하게 틀어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것이 전력 효율에 유리합니다. 냉방 모드는 사용자가 설정한 온도에 도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습니다.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는 출력을 최소화해 온도를 유지하므로, 전체 실외기 가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의 습기도 자연스럽게 일정 부분 제거됩니다.
반면 실내 온도가 높지 않지만 습도가 80% 이상으로 끈적하고 불쾌할 때는 제습 모드가 효과적입니다. ‘과냉방’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습 모드는 강한 냉방 대신 실내 팬의 속도를 낮추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냉각핀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방식으로 습기 제거에 전력을 집중합니다. 따라서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이 목적일 경우엔 제습 모드가 더 오랜 시간을 가동해야 하므로 전력 소모량이 더 클 수 있습니다.
◇ 인버터형, 껐다 켰다 안 해야
실내가 시원해지면 에어컨을 잠시 껐다가 다시 켜는 게 나을지, 그냥 켜두는 게 나을지도 오랜 논쟁거리입니다. 이 질문의 답은 우리 집 에어컨이 ‘인버터’ 방식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2011년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에어컨은 똑똑한 인버터 방식입니다. 인버터 에어컨은 처음에는 압축기가 강력하게 작동해 사용자가 희망한 온도까지 실내 온도를 확 낮춘 뒤,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최소한의 힘으로 움직이며 온도를 유지합니다. 자동차가 정속 주행할 때 기름을 덜 쓰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따라서 처음 켤 때, 바람 세기를 강풍으로 설정해 목표 온도까지 빠르게 내린 뒤, 실내가 충분히 시원해지면 온도를 26℃ 내외로 맞추고 바람 세기를 약하게 하거나 송풍 모드로 바꿔놓는 게 효율적입니다. 이상우 삼성전자 에어솔루션 전문기술랩 연구원은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에어컨을 켰다가, 시원해지면 끄고, 다시 더워지면 켜는 행동을 반복하면 실내 온도를 다시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오히려 전기요금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에어컨 개발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대체로 90분 이내 외출이라면 인버터형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대로 켜두는 것이, 90분이 넘는다면 껐다가 돌아와 다시 켜는 것이 전기료 절약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30분간 외출 후 에어컨을 다시 켠 경우는 계속 켜뒀을 때보다 오히려 전력 소비량이 5% 증가했고, 60분간 외출 후 에어컨을 재가동했을 때도 전력을 2%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어컨을 껐다가 다시 켜는 시간이 90분을 넘어서자 비로소 연속 운전보다 전력 소비량이 적어졌습니다.
반면, 2011년 이전 구형이나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 제품이 많은 ‘정속형’ 에어컨은 다릅니다. 정속형은 실외기를 최대로 돌렸다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끄고, 다시 더워지면 또 켜서 최대로 돌리는 식입니다. 따라서 실내가 시원해지면 껐다가 더워지면 다시 켜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 필터 청소, 냉방 효율 높인다
사소해 보이지만 전기료 차이를 내는 사용 습관도 있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서큘레이터를 함께 틀면 냉방 효과가 배가 됩니다. 차가운 공기를 집안 곳곳으로 빠르게 순환시켜 실외기 가동 시간을 줄여주는 최고의 파트너인 셈입니다. 에어컨을 등지고 바람이 퍼져나갈 방향으로 틀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의 심장인 실외기 관리도 중요합니다. 실외기는 뜨거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송풍구 쪽에 물건이 쌓여 통로가 막히면 효율이 떨어집니다. 직사광선을 막는 그늘막은 실외기 주변 온도를 낮춰 냉방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이때 공기 순환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터 청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먼지로 막힌 필터는 공기 흡입을 방해해 냉방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입니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씩만 청소해도 흡입되는 공기의 양이 늘어 냉방 성능이 좋아지고 전기료 절약에도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