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에서 7세대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 2종을 공개한 후 ‘갤럭시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헬스케어 기능 강화와 신규 폼팩터(기기 형태) 출시를 통해 스마트 기기 브랜드인 갤럭시의 사용 경험 범위를 넓혀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신제품 공개 행사 ‘갤럭시 언팩 2025’ 이후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갤럭시 성장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회사는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듀갈 그린하우스에서 ▲갤럭시Z 폴드7 ▲갤럭시Z 플립7 ▲갤럭시Z 플립7 팬에디션(FE) ▲갤럭시 워치8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다.
◇ 신규 폼팩터 2종 연내 출시… “AI 시대 선도할 것”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갤럭시 언팩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트라이폴드 스마트폰’과 ‘확장현실(XR) 헤드셋’ 등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스마트 안경’ 개발도 공식화했다. 노 사장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할 폼팩더를 지속적으로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의 혁신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트라이폴드는 두 번 접히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한 번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진일보한 폼팩터란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노 사장은 개발 중인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에 대해 “기대할 만한 혁신 제품 중 하나”라며 “연말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첫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이 ‘갤럭시 G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무한’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혁신 제품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고 올해 안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스마트 안경도 개발 중이다. 노 사장은 “XR 글라스 같은 경우는 좀 더 폭넓은 사용성과 고려해야 할 많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내 4억대 기기에 갤럭시 AI 탑재… ‘모바일 AI’ 대중화 앞장”
노 사장은 신규 폼팩터와 함께 갤럭시 브랜드의 성장 축으로 인공지능(AI)을 제시했다. 연내 약 4억대 갤럭시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해 ‘모바일 AI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노 사장은 “작년 2억대 기기에 갤럭시 AI를 탑재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올해는 그 두 배인 4억대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갤럭시 AI에 대해선 “고객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유용한 기능들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며 “앞으로 갤럭시 AI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갤럭시 생태계 전체를 연결하고 확장하는 핵심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작년 갤럭시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를 탑재했다. 회사 측은 “모바일 AI 시대 서막을 열었고, 앱과 터치 중심의 스마트폰 패러다임을 AI 에이전트와 멀티모달로 전환시켰다”라며 “AI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혁신으로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멀티모달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노 사장은 “AI가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올수록 이를 담아내는 스마트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라며 “이것이 하드웨어에 AI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자연스러운 멀티모달 경험, 기기간의 유기적 연결성, 개인화된 AI 경험과 철저한 보안은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인 가치”라며 “앞으로의 10년 그 이후까지도 AI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며 모두를 위한 미래를 열어가겠다”라고 했다.
갤럭시 AI의 무료 제공 방침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올해 말까지 갤럭시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한 후 많은 논의를 거쳤다”며 “방향을 정한 건 디바이스에서 제공하는 갤럭시 AI 기능 중 (현재까지 공개된 갤럭시 AI) 기본 기능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무료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리미엄 기능을 제품에 활용하길 원하는 파트너사들도 있으니까 그건 단독 결정할 수 없고 협의를 거쳐야 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 “웨어러블 기술로 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제공”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기 중 웨어러블 제품은 헬스케어 기능 고도화에 맞춰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 인수를 결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젤스를 통해 연내 미국에서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일상의 건강을 돌보는 웰니스 분야와 의료 분야에서의 헬스케어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갤럭시 사용자가 편리하게 건강을 관리하고, 나아가 질병 예방까지도 할 수 있도록 돕는 삼성헬스의 비전”이라고 했다.
노 사장은 “건강관리는 더 이상 병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기술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상에서의 건강 데이터와 의료 서비스를 연결하는 커넥티드 케어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젤스 인수에 대해서는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와 병원 기록을 연결해 일상에서도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도록 돕고 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젤스는 2016년 미국 대형 병원그룹인 프로비던스 ‘헬스 시스템’(Providence Health System)에서 분사(스핀오프)해 설립된 기업이다. 애드버케이트 헬스·배너 헬스 등 미국 내 주요 대형 병원그룹을 포함한 약 500개의 병원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또 당뇨·임신·수술 등과 관련된 약 70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을 파트너로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