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AI 기반 웹브라우저를 출시하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검색과 웹브라우저로 온라인 시대를 독점해 온 구글 ‘크롬’의 아성이 AI 웹브라우저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을 받으며 브라우저 시장 판세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0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지난 9일(현지시각) AI 웹브라우저 ‘코멧(Comet)’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코멧은 퍼플렉시티의 AI 검색 엔진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검색 결과를 내놓는다. 퍼플렉시티의 AI 에이전트인 ‘코멧 어시스턴트’가 내장돼 웹페이지 탐색과 이메일·캘린더 작성 등 일상적인 작업을 돕는다. 코멧은 월 200달러(약 27만5000원)를 지불하는 ‘퍼플렉시티 맥스’ 요금제 구독자와 일부 대기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광고 등이 도입될 예정으로 이를 통해 퍼플렉시티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오픈AI도 몇 주 내 AI 브라우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AI 웹브라우저는 웹사이트를 일일이 클릭해 이동하지 않아도 챗GPT처럼 대화하면서 AI가 필요한 정보를 바로 보여주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이나 양식 작성 등의 작업도 내부 채팅 인터페이스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오픈AI의 AI 에이전트인 ‘오퍼레이터’가 핵심 기능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는 이를 위해 지난해 구글 ‘크롬’의 초기 멤버였던 구글 부사장 2명을 영입한 바 있다.

최근 AI 기업들은 AI 기반 웹브라우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AI 웹브라우저를 통해 확보할 막대한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웹브라우저는 이용자의 검색어, 방문 이력, 클릭 패턴 등 일상적인 온라인 활동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핵심 데이터 창구다. 이런 데이터는 AI 모델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되며, 특히 개인 맞춤형 데이터가 중요한 AI 에이전트 개발에 활용돼 데이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거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MS, 애플 등이 낮은 웹브라우저 점유율을 보이지만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퍼플렉시티 로고.

이에 그간 웹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해 온 구글 ‘크롬’의 아성도 위태해졌다는 평가다. 웹 분석업체 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PC·모바일 통합 글로벌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68.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애플 사파리 16.25%, 마이크로소프트(MS) 엣지 4.96% 등의 순이었다. 현재 크롬은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데 이는 구글 전체 매출의 75%가량을 차지할 만큼 핵심 데이터로 작동해왔다.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관련 재판도 변수다. 미국 법원이 지난해 8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고 판결하고, 같은 해 11월 미국 법무부와 일부 주들은 독점 해소 방안으로 크롬 매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맞서 구글은 자사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법무부가 주장하는 일부 관행을 바꾸고, 광고 경매 입찰 시스템을 개방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최종 판결은 오는 9월 내려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오픈AI, 야후 등은 크롬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최근 AI 에이전트 개발이 활발해졌는데, AI 에이전트는 웹브라우저를 바탕으로 추론이 절대적”이라며 “법이나 규제 등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자, AI 기업들이 직접 AI 웹브라우저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