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SO) 사업 부문에서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5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중 이 기간 방송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SK브로드밴드가 유일하다. 5년 전 티브로드와 합병하며 ‘시너지 창출’을 공언했으나, 정작 케이블TV 사업은 고꾸라졌다.
2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이자 인터넷(IP)TV 운영사인 SK브로드밴드와 MSO인 티브로드가 합병한 건 지난 2020년 4월이다. 당시 IPTV 사업자와 MSO 간 최초의 합병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 회계연도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 사업 부분은 작년에 영업손실 25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282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2년 연속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이 기간 매출도 3828억원에서 3729억원으로 2.7% 감소했다.
반면 LG헬로비전(127억원)·딜라이브(1억원)·KT HCN(100억원)·CMB(65억원) 등 다른 MSO는 작년 방송 사업 부문에서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의 케이블TV 사업이 적자를 기록한 건 기존 가입자가 대거 IPTV로 옮겼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돈이 되는 IPTV 사업에만 치중하고 케이블TV 본연의 경쟁력 확대에는 소홀히 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합병 당시에도 우려가 나왔던 ‘가입자 전환’이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3년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 사업 부문은 방통위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을 공표한 지 1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됐다. 티브로드 시절에는 방송 사업 부문에서 단 한 차례도 영업손실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해도 사업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합병 전보다 되레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을 잃은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케이블TV→IPTV’ 가입자 전환에 콘텐츠 사용료도 증가… 이중고에 수익성 악화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품으면서 IPTV와 케이블TV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 됐다. 합병에 적극적이었던 SK브로드밴드는 ▲미디어 플랫폼 고도화 ▲가입자 기반 확대 가속화 ▲비즈니스모델 확장을 통해 IPTV와 케이블TV 서비스 경쟁력을 동반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합병 5년이 지난 지금 SK브로드밴드가 말한 ‘시너지 창출’은 IPTV에만 국한돼 나타나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전환하는 효과만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직전인 2019년 티브로드의 방송 사업 매출 규모는 4971억원이었다. 합병 후 5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이 빠진 셈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에는 968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합병 후 5년간 1226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IPTV 사업 부문 매출은 2019년 1조2520억원에서 우상향해 작년 1조6340억원을 기록했다. 티브로드 합병 후 30.5%가 오른 셈이다. 영업이익 역시 이 기간 1291억원에서 3886억원으로 3배 넘게 성장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티브로드를 인수해 기존 가입자를 수익성이 높은 IPTV로 돌린 것”이라며 “지역 채널을 운영하며 공익성을 지닌 케이블TV 본연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수익성만 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이전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당시에도 시장의 우려 사항이었다. 당시 기업결합을 심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병 법인이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부당하게 전환시킬 우려가 존재한다”며 ‘전환 강요 금지’를 합병 조건으로 넣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고객이 직접 결합 할인 등을 고려해서 상품을 선택한 결과”라고 전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케이블TV 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IPTV로의 가입자 전환’은 물론 콘텐츠 투자 확대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원종록 SK브로드밴드 실장은 “케이블TV 사업 강화를 위해 지출하고 있는 콘텐츠 사용료가 관련 매출(기본채널 수신료)을 상회하고 있는 데 따라 실적이 악화한 것”이라며 “셋톱박스 고도화 등을 위한 ‘장비 투자비’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 사업 부문의 작년 기준 기본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은 102%를 기록했다. 기본 채널 수신료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본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간 LG헬로비전(68%)·딜라이브(80%)·KT HCN(62%)·CMB(58%) 등 다른 MSO의 기본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은 80%를 넘지 않았다.
한편, SK텔레콤 자회사이자 비상장사인 SK브로드밴드는 SK그룹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지정된 상태라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고 있다. 다만 사업 부문별 매출·영업이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인터넷·유선전화·전용회선 등의 사업은 ‘유선통신’ 부문으로, IPTV·케이블TV 사업은 ‘미디어’ 부문으로 묶어 매출만 발표하고 있다. 방통위의 방송 사업자 재산 상황 집계를 통해서만 사업 부문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