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사업 로드맵 발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밀리의 서재 제공

KT 밀리의서재(이하 밀리의서재)가 ‘전자책 구독 1위’에 머무르지 않고 장르 스토리·오프라인 경험까지 품는 ‘독서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배해 온 웹툰·웹소설 시장 구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2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진 KT 밀리의서재 대표는 “웹소설·웹툰·일반서를 한 구독권으로 묶은 ‘밀리 스토리’를 올 6월 출시하고, 연말까지 독서 친화 공간 ‘밀리 플레이스’를 100곳으로 확대해 독서 경험의 시작과 끝을 밀리 안에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독서는 책을 찾고, 읽고, 기록하고, 사람과 나누는 전 과정을 포괄한다”며 “2025년은 그 모든 접점을 밀리 플랫폼 하나로 연결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밀리의서재가 첫 번째로 꺼낸 카드는 구독 모델 확장이다. 이 모델은 6월 웹소설, 9월 웹툰을 순차적으로 탑재해 텍스트·오디오·그림 서사를 한 곳에서 ‘무제한·반복’ 소비하도록 설계했다. 가격은 현재 월 9900원을 중심으로 “기존 고객 부담 증가 없이 혜택을 넓히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가입자 확보 전략은 ‘900만 누적 가입자 풀의 자연 전환+통신 요금제 번들’의 투트랙이다. KT·LG유플러스·SK텔레콤 요금제에 전자책 구독을 포함해온 경험 덕분에, KT 계열 스튜디오지니·지니뮤직과의 ‘IP-영상-OST’ 연계도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내년에는 밀리 오리지널 웹소설이 드라마·영화·음원으로 확장되는 사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수급은 레전드·오리지널 두 축으로 진행된다. 올해 안에 웹소설·웹툰 1만권, 추천 큐레이션 2000편을 확보하고, 판타지 베스트셀러 ‘전지적 독자 시점’ 오디오북, 로맨스 ‘궁노’ 웹툰화를 추진한다. 작가 공급 구조는 ‘국내 독점+해외 자율 유통’ 방식으로 설계해 글로벌 매출을 중시하는 스튜디오 니즈도 반영했다. 구독형 수익 배분은 종량 과금보다 안정적인 로열티를 기조로 작가·스튜디오와 협의 중이다.

또 밀리의서재는 온라인 플랫폼이 확보한 ‘취향 데이터’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연결하는 ‘밀리 플레이스’를 통해 카페·미술관 등 생활 공간에서 책과 음료 할인(20%)을 묶어 제공한다. 현재 40곳에서 연내 100곳으로 늘리며, 작가 북토크·글쓰기 클래스·독서모임을 주 1회 이상 개최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오프라인 모임으로 전이시킨다. 5월에는 장유진 작가와 디저트 북클럽, 6월에는 글쓰기 강연형 독서 모임이 예고돼 있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3년간 매년 200억원씩, 총 600억원을 콘텐츠·IT 인프라·인력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매출 1500억원(2024년 매출 약 730억원의 2배)을 달성하고, ‘독서 습관을 설계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안착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웹툰 시장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미 형성된 전자책 구독 풀 덕분에 신규 진입자 대비 전환 비용이 낮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KT 자회사 스토리위즈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일부 소액주주가 제기한 ‘KT 불공정 계약’ 의혹에는 “타 통신사·대기업과 동일 조건으로 계약 중이며, 분기별 온라인 설명회로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그는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 “일본 등과 논의 중이지만, 현지 IP 파이프라인 확보가 관건이어서 2026년 이후 본격화가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