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국내 게임사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투자했던 비(非)게임 사업의 몸집을 줄이거나 정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게임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중국 게임 공세 등으로 실적이 악화하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접거나 부진한 해외 법인을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펫푸드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2017년 이후 인수했던 애완동물 사료 업체 다수를 지난해 매각했다. 넥슨그룹 지주사 NXC는 지난주 공시한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투자했던 화이트브릿지 펫 브랜즈와 그리즐리 펫 프로덕트 지분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업 관련 투자를 위해 세웠던 별도의 투자사인 NX펫 홀딩스 지분도 처분했고, 프랑스 기업 아그라스 펫 푸드도 청산했다.

앞서 NXC의 벨기에 투자법인인 NXMH는 2021년 9월 화이트브릿지 펫 브랜즈를 인수했고, 이듬해 2017년 인수한 이탈리아 펫푸드 기업 아그라스델릭 화이트브릿지 펫 브랜즈에 흡수합병했다. NXMH는 지난해 12월 화이트브릿지 펫 브랜즈의 북미 사업을 제너럴 밀스에 14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받고 매각했다. 제너럴 밀스는 하겐다즈와 각종 시리얼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식품업체다.

NXC는 과거 피에몬테 펫 프로덕트, 카디널 레보레토리, 아서 독 스웰 등 펫푸드 업체 3곳을 매각한 바 있다. 고 김정주 창업자가 생전에 투자했던 비게임 사업 중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자산이 정리된 상황이다.

본업인 게임 사업 중에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넥슨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인수한 미국 게임 개발사 휴즈게임즈와 픽셀베리스튜디오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과) 크게 연관성이 없고 규모가 작은 개발사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2019년 투자해 지분 34.8%를 보유하고 있던 에듀테크 기업 아키핀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본업과 사업 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는 아키핀과 같은 종속기업 투자처분손실을 약 174억원으로 인식했다. 독일 법인과 스페인 법인도 청산했다.

크래프톤은 2024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1년 인수한 인공지능(AI) 콘텐츠 스타트업 띵스플로우를 청산했다고 공시했다. 띵스플로우는 크래프톤에 합류한 이후에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기준 자본잠식 상태였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말 이륜차 무선통신기기 전문기업인 세나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했고 자회사인 스크린골프업체 카카오VX를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카카오VX의 당기순손실은 184억원으로, 전년도의 108억원과 비교해 손실폭이 커졌다. 매출은 같은 기간 1463억원에서 1241억원으로 15.2% 감소했다. 그동안 카카오게임즈는 메타버스, 콘텐츠 등으로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골프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게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주요 게임사들이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고 본업인 게임을 강화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