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CT(컴퓨터 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영상을 분석·진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사체 부검에도 AI가 활용될 전망이다. 법의관들의 빠르고 정확한 부검이 가능해져 수사기관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다음달부터 ‘AI 기반 사후 뇌출혈 검출 솔루션’ 개발을 시작한다. 딥러닝(심층학습)을 통해 뇌출혈 유무를 자동 검출할 수 있는 AI 학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국과수에 따르면 최근 법의학 분야에서 CT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사후 컴퓨터단층촬영(PMCT)’ 장비의 경우 사체의 골병변과 공기를 포함하는 구조물의 손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는 부검 전 사망의 원인과 뇌출혈, 손상, 이물질, 성별추정 등 신원확인과 관련한 추가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된다.
특히 뇌출혈의 경우 국내 단일 질환 사망률 1위로, 사체 부검 중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전체 부검에서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외인에 의한 출혈까지 포함하면 뇌출혈은 더 빈번하게 발견하게 돼 CT 활용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과수는 CT 활용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과수 내 법의관 수는 35명으로, 한 해 9000여건의 부검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의관 1명이 평균 300여건을 담당해야 한다. 행정을 맡고 있는 인원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인력은 20여명 수준으로 업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의료영상 분석 AI 모델은 이미 대형병원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임상 의료영상에 사용되는 딥러닝 기술을 사후 영상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국과수는 이달 말까지 AI 사후 뇌출혈 검출 솔루션을 개발할 협력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선정된 업체는 사후전산화단층촬영 영상 자료 수집, AI 모델 제작 전 영상 전처리 기술 개발, 뇌출혈 자동 검출 딥러닝 모델 개발을 순차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AI 사후 뇌출혈 검출 솔루션이 개발되면 뇌출혈 위치와 양까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서 “뇌출혈과 함께 척추 골절 분석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며, 개발 기간을 포함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