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쉴더스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박진효 대표가 회사 소개를 하고 있다./SK쉴더스 제공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보안업체 SK쉴더스의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품에 안겨 해외 진출 및 자본 유입의 활로가 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4년 만에 또 다시 주인이 바뀌어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8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의 최대주주가 SK스퀘어에서 발렌베리 계열 EQT파트너스로 변경될 예정이다.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 지분 70%가량을 확보할 예정이며, 거래 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향후 SK스퀘어는 2대 주주로서 SK쉴더스를 공동으로 EQT파트너스와 경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쉴더스는 2018년 말 SK텔레콤과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에 인수된 물리보안 업계 2위 회사 ADT캡스가 전신이다. 사이버보안 업계 1위 회사였던 SK인포섹과 합병돼 탄생했다. 약 4년 전 SK텔레콤과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은 2조9700억원(순차입금 1조7000억원 포함)에 ADT캡스를 인수했다. 현재 SK쉴더스는 에스원에 이어 국내 물리보안 시장 2위 사업자다.

SK쉴더스는 2021년 SK텔레콤이 사업부문인 SK텔레콤과 투자부문인 SK스퀘어로 인적분할하면서 SK스퀘어의 자회사가 됐다. SK스퀘어는 지난해 SK쉴더스를 물리보안뿐 아니라 사이버보안, 융합보안, 라이프케어 등을 아우르는 ‘종합보안 회사’로 내세우며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이어 IPO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5월 이를 철회했다. SK쉴더스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보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던 SK스퀘어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약 4년 만에 1조원 안팎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 IPO 좌절되자 쉴더스 해외 사모펀드에 넘긴 SK

최대주주가 4년 만에 다시 바뀌면서 보안업계에선 “SK가 상장 길이 막히자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이 불투명했던 SK쉴더스를 사모펀드에 매각, ‘돈넣고 돈먹기’식의 퇴로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SK스퀘어는 물리보안 매출 1위 기업인 에스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산정해 비판을 받았다.

에스원과 비교해 몸값이 높다는 비판에 대해 한은석 SK쉴더스 코퍼레이션 센터장은 “SK쉴더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물리보안부터 사이버보안, 융합보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플랫폼’이다. 물리보안에 집중하는 에스원과의 비교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적극 방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고 회사는 상장철회를 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지난해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 계열사와 자회사의 무더기 IPO를 추진하면서 수익을 내서 회사를 키우는 기조를 유지했다”라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했던 SK쉴더스가 상장에 실패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회사를 더 키워 상장에 재도전하기보단 해외 사모펀드에 파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SK쉴더스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SK쉴더스 제공

◇ 사업적·인적 결합… 업무·문화 차이로 이직하기도

SK쉴더스의 구성원들이 잦은 조직 안팎의 변화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쉴더스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물리보안 업체 ADT캡스와 사이버보안 업체 SK인포섹은 사업적·인적 결합을 거쳤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인력이 한 지붕 아래에서 융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조직 문화가 완벽하게 달라 쉽지 않다”라며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오고 규모도 커 조직을 이끌어가는 물리보안 대비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사이버보안의 색깔이 없어진다는 평가도 있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사이버보안 관련 IT 업무를 하던 주니어들이 물리보안 비중이 높은 회사와 합쳐지면서 업무·문화 등에서 한계를 느껴 불만이 있다”라며 “때문에 카카오, 안랩 등 사이버보안 업체로 다수 이직했는데 회사 주인이 또 바뀌면 혼란이 예상된다”라고 했다.

◇ 해외 자본 발판 글로벌 진출 계기 될 수도

다만 이번 계약을 계기로 SK쉴더스에 외부 자본이 유입되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가 지분을 모두 빼는 것은 아니며 회사 브랜드 가치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EQT파트너스가 스웨덴 보안업체 자회사를 인수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는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고 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K쉴더스가 해외 자본을 기반으로 글로벌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보안은 다른 정보통신기술(ICT)업계보다 각 기업에 개인화(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중요하며, 시스템통합(SI) 기업만큼이나 수출이 매우 어려운 분야다”라며 “외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이 회사와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