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기 A380의 운항에 각국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체 노후화로 고장이 잦아지는 데다 초대형 항공기인 만큼 지연 시 발생하는 보상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콴타스항공의 A380 항공기는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시드니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며칠간 지연됐다. 이 항공기는 지난 5월 7일에도 시드니-런던 노선을 운항하던 중 연료 펌프 고장으로 싱가포르에 발이 묶인 바 있다.
영국항공(BA)의 A380 항공기 역시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 100일 넘게 머물러 있었다. 이 항공기는 지난 6월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가까스로 복귀했지만, 이후 30일 동안 단 7일만 비행했다.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체 결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A380은 2층 구조에 4개의 엔진을 장착하고, 400만 개에 달하는 부품이 투입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항공기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심지어 초대형 항공기인 탓에 기계적 결함으로 지연이 발생하면 항공사는 보상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더구나 A380 기종의 노후화로 인해 안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항공사들이 이 항공기를 운항하는 데 드는 유지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월 이후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이 발표한 A380 관련 감항성 지시사항은 총 95건에 달하며, 이는 같은 기간 보잉사의 대형 항공기에 비해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EASA는 성명을 통해 “A380은 다른 항공기에 비해 유지 관리가 더 까다로운 대형 복합 항공기”라며, “안전을 위해 감항성 지침을 발표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A380은 프랑스 에어버스가 제작한 세계 최대 여객기로, 2007년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했다. 기체 크기가 큰 만큼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지만, 연료 효율이 낮고 좌석을 가득 채우지 못할 경우 손실이 커 팬데믹 시기부터 각 항공사들이 퇴역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A380을 대체할 대형 항공기가 부족해, 항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최근까지 이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실제로 보잉 777X와 A350 등 대형 항공기의 인도가 지연되면서, 항공사들은 당분간 A380 운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브리티시 에어웨이즈는 A380 객실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계획이며, 에미레이트항공 역시 향후 10년간 A380 운항을 유지할 예정이다. 과거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A380을 다른 어떤 비행기보다도 승객을 쓸어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진공청소기에 비유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A380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예상치 못한 부활을 맞아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며 활약했지만, 노후화된 이 초대형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하는 일은 항공사들에게 점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더 새롭고 연료 효율이 높은 항공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A380을 보유한 항공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 기종을 계속 운항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