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을 흔들었던 ‘러시아 스캔들’의 진실을 둘러싸고 미 전역이 다시 들끓고 있다.

전직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이 사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소셜미디어(SNS)에는 ‘오바마’와 ‘반역(treason)’이 연관 검색어로 함께 오르내리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6월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행사에 참석한 가운데, 배경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논란에 다시 불씨를 지핀 건 최근 폭스뉴스 보도다.

복수의 전직 정보 당국자들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이 정보기관에 ‘러시아가 트럼프를 돕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선거 불신 조장’을 위해 해킹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이를 ‘트럼프 당선 지원’으로 왜곡했다고 정보 당국자들은 주장했다.

이들이 제시한 핵심 근거는 2017년 1월 작성됐지만,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은 미 국가안보국(NSA) 내부 정보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NSA는 러시아 해킹 공격이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보고서는 주 목표가 “미국 선거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2018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회의 과정에는 존 브레넌 CIA 국장과, 수잔 라이스 국가 안보 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앤드류 맥케이브 FBI 부국장 등 오바마 행정부 주요 핵심 요인이 대거 참석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CIA·FBI·NSA가 함께 참여한 최종 정보공동체 평가(ICA)에서 배제됐다. 이후 기밀 해제 과정에서도 공개를 연기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은 “대통령 요청에 따라 새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이메일을 정보기관장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2019년 4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보고서를 논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1월 대선 과정 중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으로부터 은밀한 도움을 받았다는 내통 의혹이다.

당시 CIA를 포함한 정보기관들은 공동으로 ‘2016년 11월 대선 직후 러시아가 트럼프 승리를 돕기 위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고위 간부와 클린턴 캠프 인사들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9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2년간 수사 끝에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모는 없었다’는 결론에도 이번 폭로로 러시아 스캔들 본질을 둘러싼 논쟁은 다시 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정치적 마녀사냥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 측은 “러시아 선거 개입은 이미 상원 정보위 보고서 등에서 확인된 명백한 사실”이라며 정치적 ‘물타기’라고 반박하고 있다.